마이클 델, ‘제2의 스티브 잡스 될까’

 ‘컴퓨터 제왕’ 마이클 델이 ‘아이팟의 신화’ 애플 스티브 잡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HP로부터 PC시장 1위를 탈환하기 위해 지난 1월 델 지휘봉을 다시 잡은 마이클 델 회장이 과연 스티브 잡스의 성공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PC업체 창업자라는 사실 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CEO에서 한동안 물러났다가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구원 투수’로 복귀한 점. 잡스는 85년 이사회에 의해 쫓겨났다가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회사를 일으키기 위해 97년 애플로 돌아온 후 아이맥·아이팟·아이폰 등 히트작을 연달아 출시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마이클 델이 이런 스티브 잡스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마이클 델의 ‘애플 닮기’ 첫 작업은 디자인.

 투박한 PC디자인으로 혹평을 받아온 델은 얼마전 노랑·파랑·빨강·초록 등 원색의 노트북PC시리즈 ‘인스피론’을 출시해 변신을 선언했다. 값싼 PC라는 인식 대신 ‘쿨(cool)한’ PC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마케팅에 투자를 대폭 늘린 데 따른 결과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스티브 잡스를 닮고 싶어하는 델이 애플의 디자인 우선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델은 이에 앞서 창립 이래 고수해 온 직접판매 방식을 과감히 수정했다. 델은 월마트(미국)·카폰웨어하우스(영국)·빅카메라(일본) 등 대형 유통업체와 잇따라 손잡고 간접 판매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변화는 실적으로 이어졌다. 델의 지난 2분기(회계연도 1분기) PC판매량은 전 분기보다 5.7% 늘어났다. HP보다는 여전히 뒤지지만 1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량이 반등한 것이다. 9월 말 발표되는 다음 분기 실적도 매출과 순익이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도 마이클 델 회장의 개혁을 지지하고 나섰다. 최근 델의 미 증권거래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16명의 대주주 중 11명이 투자 지분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델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퍼시픽크레스트증권의 브린트 브래슬린 애널리스트는 “델의 개혁방향이 흑자전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이클 델 회장은 “우리는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며 “시간을 더 갖고 기다려달라”고 호소하며 아직도 혁신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