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구단체, 정책개발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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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 27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은 의원 연구 모임(단체)인 로봇포럼 소속 의원들이 내뿜는 스터디 열기로 하루 종일 뜨거웠다. 첫 모임이었지만 의원들은 로봇 펀드·로봇 테마파크 조성 등 로봇산업 진흥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또 이달에 발의할 특별법인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 포럼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다들 열심히 공부했는지 상임위의 법안소위에서나 나올 법한 구체적인 논의들이 쏟아져 나왔다”며 “이 의견들은 특별법안 심의과정에서 다수 채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쟁’에 찌들었던 국회가 연구단체를 앞세워 ‘정책’ 모드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친목 성격이 강했던 연구단체는 이제 법안 발의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성장했고 전문성도 강화돼 국회의 두뇌집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구단체를 통한 법안 발의가 440여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쟁을 넘어 정책으로=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의원 연구단체는 17대 국회에서만 64개나 된다. 16대 국회에 비해 10개 이상 늘어 현재 의원 5명당 1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국회 사무처에 정식 등록된 단체만 집계한 것으로 등록이 안 돼 있는 임의단체까지 포함하면 80여개에 이른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회 사무처 측은 “지난해에만 444건의 법안 발의와 235건의 세미나·공청회, 408건의 간담회가 연구단체를 거쳐 진행됐다”며 “국회법에 따르면 의원 한 명이 3개 단체까지만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등록이 안 돼 있는 단체를 골라 가입하는 사례까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의원 연구단체가 증가하는 이유는 의원들 사이에서 과거처럼 바람잡기식의 의정활동으로는 ‘차기’를 예약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연구 모임에 직접 참여해 필요한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 이를 법안 발의나 대정부 질의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임혁백 교수(고려대 정외과)는 “최근 몇 년 사이 출석률도 좋아지고 전문가 수준의 토의가 오가는 등 의원 연구단체의 수준이 업그레이드 됐다”며 “웬만한 학회보다 의원 연구단체가 더 전문적이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IT분야, 연구단체 파워 막강=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IT는 연구단체의 힘이 어느 분야보다 강하다. 트렌드가 빠르고 많은 전문 지식이 필요해서다. 특히 법안 자체가 산업 진흥이나 규제에 직업 영향을 미치는만큼 발의 전 문제점을 보완하는 ‘모의 실험대’로도 연구단체의 주가는 상한가다. 현재 정보통신·과학기술·산업전자 등 IT분야 단체는 등록된 것만 10개나 된다. ‘국회디지털경제연구회’와 ‘국회과학기술연구회’ 등이 대표적인 단체다. 지난 6월에는 여·야 의원 16명이 주축이 돼 반도체 분야의 차세대 먹을거리를 고민하는 ‘국회첨단전략산업포럼’이 창립됐다. 로봇이 차세대 주요 먹을거리로 부상하면서는 ‘국회로봇포럼’이 발족하는 등 단체 결성이 급속히 늘고 있다.

 활동도 화려하다. 서상기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6월 IPTV도입 관련법으로 대표 발의한 ‘디지털미디어서비스법안’은 ‘국회디지털포럼’의 대표적인 성과물. 이 단체는 지난해 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모의 해킹훈련을 실시해 기관들의 사이버 보안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국회싸이앤텍포럼’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우수 의원연구단체로 선정되는 등 IT분야 대표 두뇌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