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IT코리아 2.0](3부)IT는 36.5℃④방송 디지털전환 어떻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디지털 케이블셋톱박스 보급현황

 오는 2012년이면 우리나라도 아날로그 방송을 전면 중단한다. 바야흐로 디지털방송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디지털방송은 단순히 일방적인 정보전달 및 오락매체였던 TV를 새로운 반열에 올려놓을 전망이다. 물론 산업 전반에 대한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수많은 난제가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TV는 이제 더이상 바보상자가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주요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이행하고 있다.

 선진국이 디지털 전환을 정부 주도형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지상파 방송을 빈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주도형 전환 촉진 정책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디지털 전환을 선점하는 국가가 문화·경제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은 방송시장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나아가 미래 관련 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TV 전송로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정보통신 분야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인프라의 완성과 이를 통한 방송서비스 고도화가 가능하다.

 또 시청자들은 고품질 영상과 음성을 통해 수준높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TV제조사 및 콘텐츠 제작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등 부가가치가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갈길이 멀다. 디지털방송이 시작된지 6년이 지났지만 유관 부처간 갈등, 국내 방송사들의 투자부진과 디지털TV 보급 저조로 전환률이 저조하다.

 우리나라 디지털TV보급률은 지난해 말 현재 450만대, 25%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디지털TV보급률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각각 77%, 60%, 51%로 우리나라를 크게 앞서고 있다. 이때문에 디지털방송 활성화를 통해 생산과 고용을 늘리고 관련 기기의 해외수출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다행히 디지털방송활성화위원회는 지난 4월 ‘지상파텔레비젼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을 심의·확정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늦어도 2012년 12월에 지상파TV 아날로그 방송이 완전히 종료되고 지상파 방송은 디지털로 전환될 예정이다. 2013년부터는 디지털TV 없이는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디지털방송 관련 산업의 생산유발효과가 115조원에 달하고 부가가치 창출효과 37억원, 고용유발효과는 연인원 79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으로 가는 길에는 넘어 서야할 수많은 걸림돌이 있다.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투자재원 마련이다. 지상파 방송의 전면 디지털화를 달성하려면 방송사 시설 투자 및 저소득층 지원 등에 2조4387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방송사 시설투자 재원은 자체 조달을 원칙으로 하지만 부족분은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에 따른 소비자보호 대책도 합의가 필요하다. 기존 아날로그 방송, 기능 등에 별다른 불만이 없는 소비자에게 디지털방송 수신기의 구입비용은 예상보다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디지털TV나 튜너내장 TV로 교체여력이 없는 저소득층 293만가구에는 기존 TV로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컨버터가 보급돼야 한다. 이같은 컨버터 무료 보급에 3200억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디지털전환이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련 부처·업계·소비자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디지털전환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성공적 전환을 위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과 아날로그 방송 중단계획, 주파수 활용계획 등을 분명히 제시해야 사업자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케이블TV 전략

 지상파 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업계도 디지털 전환은 발등의 불이다. 정책은 모두 지상파 방송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상파 방송사 홀로 전환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총 가입가구가 1400만으로 유료방송시장의 86%를 차지하는 케이블업계도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경쟁자인 지상파가 어느 정도 디지털 전환이 자리 잡았고 IPTV 등 새로운 미디어가 도전하는 상황에서 케이블도 디지털 전환이라는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

 케이블TV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지상파 방송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현재 지나치게 낮은 시청요금을 현실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바닥을 치고 있는 가입자당 매출(ARPU)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지만 아직 가입자가 50만에 머무르고 있다. 또 화질이 아날로그 방송과 차별화하기 힘든 표준화질(SD)급으로 이용자들은 디지털전환 혜택을 그다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케이블TV도 지상파 방송의 아날로그 중단 시점에 맞춰 아날로그 방송중단을 비롯 전체 케이블채널의 HD송출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미 CJ케이블넷과 씨앤앰이 일부 채널에 대해 HD콘텐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채널사용사업자(PP)도 온미디어와 CJ미디어 등 MPP를 중심으로 HD프로그램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말처럼 쉬운 상황은 아니다. 막대한 투자가 뒤따라야하고 콘텐츠 등 HD방송서비스를 뒷받침할 시장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이 단일 방송권인 지상파와 달리 지역별로 쪼개져있는 케이블SO들이 한순간에 디지털로 전환하는데는 많은 투자부담이 따른다.

 HD셋톱박스는 기존 SD급 셋톱박스보다 10만원 정도 고가여서 SO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난다. 또 SD급 디지털케이블 가입자가 이제 겨우 50만 가구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은 HD로 바뀌더라도 시청자로 HD로 바꿀 것인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따라서 케이블TV업계는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방송발전기금의 지원도 필요하고 디지털 전환 장비에 대한 수입관세 감면, 케이블카드 의무 탑재 유예 등도 만드시 뒷받침되어야 할 정책 지원이라는 주장이다.

<특별취재팀> 팀장=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etnews.co.krㆍ권상희ㆍ김인순ㆍ권건호ㆍ황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