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추가 피해 경미할 듯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직원들이 완전 정상화로 평온을 되찾은 4일 낮 최첨단 300mm 복층팹(14,S라인)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직원들이 완전 정상화로 평온을 되찾은 4일 낮 최첨단 300mm 복층팹(14,S라인)을 나서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긴박했던 22시간, 시간대별 복구 상황

한국 반도체산업의 심장부인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발생한 정전사고가 22시간 만에 완전 복구되면서 400억원대 피해를 남기는 선에서 일단락했다. 사고 발생 직후 삼성전자 수뇌부와 임직원들이 일심동체로 빠른 복구에 나서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회사다운 면모를 보였다.

 삼성전자측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예상이 엇갈렸지만 최대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 고위 관계자 조차도 “삼성전자의 제조 경쟁력을 감안할 때 더 이상의 생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추가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악몽의 22시간=24시간 풀 가동되는 반도체 라인의 특성상 기흥공장이 외부 요인에 의해 가동을 멈춘 것은 지난 83년 준공 이래 처음이다.

 3일 오후 2시 30분 변전소 배전반 이상에 따른 갑작스런 정전으로 메모리를 생산하는 7·8·9·14라인과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6라인과 S라인 등 총 6개 라인(K2 지역)의 가동이 중단됐다. 사고 직후 윤종용 삼성전자 CEO와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 등 수뇌부가 현장으로 달려가 사고 수습에 나섰다.

 이날 밤 11시 20분 모든 라인에 전력이 공급되면서 14라인과 S라인은 4일 새벽 4시30분부터, 9라인과 8라인은 오전 8시부터, 7라인과 6라인은 이날 정오부터 가동을 재개했다. 멈췄던 K2 지역 전체 라인이 모두 완전 정상화됐다.

 ◇총 피해액은=사고 직후 일부 언론은 애널리스트의 주장을 인용해 7000억원대 피해를. 삼성전자측은 500억원대 피해를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발빠른 대처로 400억원대에서 마무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전체 생산액은 월 1조4000억원 규모다. K2 지역 6개 라인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전체 생산량의 40%인 6400억원 규모다. 정전사태로 최대 이틀간 정상 가동이 이뤄지지 않아 하루 약 200억원씩 총 400억원 안팎의 피해를 추정할 수 있다. 특히 이 피해액은 이미 생산라인에 투입된 웨이퍼 중 식각·증착 공정에 들어간 모든 웨이퍼를 걷어냈을 때를 포함한 것이어서 피해액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국내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을 감안할 때 일시적 정전사고에 따른 후유증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라면서 “삼성전자 공식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며 피해액을 수천억원대로 추정하는 일각의 목소리는 과장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가동이 중단된 라인에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첨단 팹인 14라인이 포함돼 기회 상실에 따른 무형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4라인은 300㎜(12인치)웨이퍼 기준으로 월 9만장 규모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 2000∼3000장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해 일시적인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특히 낸드플래시는 현재 아이폰 등의 영향으로 공급 부족이 나타난 상황이어서 정전 사태로 쇼티지가 가중돼 경쟁사인 도시바와 하이닉스가 반사 이익을 챙길 것으로 전망됐다. D램을 생산하고 있는 8라인과 9라인 그리고 노어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6라인·7라인·S라인 등에는 시장 기회 상실에 따른 피해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황창규 사장은 “순조롭게 정상화 작업을 진행했으며 가동 중단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분까지도 순조롭게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월초에 발생한 사건인만큼 한달 꼬삐를 당기면 공식 발표될 8월 한달 실적에는 영향이 미미할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사고 직전인 지난달 삼성화재에 최고 5조50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손해보험에 가입한 상태여서 실질적인 금전적 손실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수요자들의 불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에서 사태가 부풀려 전해지면서 사고 수습이 진행되는 주말 내내 전세계 대형 수요처로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라면서 “이를 수습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윤종용 부회장은 “6일에는 정상화한 모습을 취재진에게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사태를 마무리했음을 강조했다.

◆ 주요 외신, 조기 복구에 놀라움 표시

 5일 AP통신·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삼성전자의 발표를 인용해 예상보다 생산라인이 조기 복구됐으며 피해 규모도 처음 추산했던 500억원보다 낮은 400억원대가 될 전망이라고 서울발로 일제히 보도했다.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MP3플레이어·디지탈카메라 등 관련 제조업체에 미칠 피해를 우려해 온 외신들은 사고 22시간만에 생산라인 복구가 끝나자 신속한 대처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당초 우려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돌아섰다. 특히 삼성 플래시메모리 최대 수요처인 애플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의 전망을 인용해 이달 중순까지 낸드플래시 수급란이 지속되고 당분간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의 아이팟 차기 모델 출시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심규호ㆍ조윤아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