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할 때 20년 후에 빛을 볼 수 있는 분야에 뛰어들자고 생각했는 데 1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어느 정도 성과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제4기한국은 국내에 몇 안되는 플라즈마 전문 장비 업체다. 플라즈마는 기체가 더 큰 에너지를 받아서 전기적으로 중성을 띄는 이온으로 채워지는 현상이다. 최근 반도체 및 PCB 세정·오폐수 정화·피부 살균·디스플레이 등에 이 기술이 활용된다.
백태일 사장은 “최근 두산에 인수된 잉거솔랜드 한국 매니저 시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20년 후에 각광받을 아이템이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이 과정에서 플라즈마를 알게돼 사업아이템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4기한국이 90년대 초반 가장 먼저 상용화한 제품은 플라즈마디스미어시스템이다. 반도체나 PCB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이 시스템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찌거기나 이물을 플라즈마를 통해 제거하는 장비로 기존 약품 처리 장비에 비해 운영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가 친환경이라는 강점을 갖춰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됐다. 지난 95년에는 통상산업부(현 산업자원부)로부터 기술혁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약품처리 장비로도 충분한데 굳이 위험성을 감수하며 장비를 도입하려는 기업이 나오지 않았다.
백 사장은 “우선 장비 판매보다도 수요처들에게 이 장비의 장점과 성능을 인정시키는 게 필요했다”며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플라즈마 장비를 활용해 임가공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안산 공장에서는 20여대의 플라즈마 장비가 설치돼 운영중이다. 일부 PCB업체들이 이곳을 통해 이물 제거 작업을 했고 성능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이런 입소문이 퍼지면서 90년대 후반에 연 1, 2대 씩 판매되던 장비가 오는 2000년부터는 판매량이 연간 10여대로 확대됐다. 백 사장은 지난 2003년부터 해외 시장 개척에 착수했다. PCB 관련 장비 전시회에 매년 참석했고 지난해의 경우 전세계 플라즈마 및 표면처리 관련 세미나에 20여 차례 연사로 참석하기도 했다.
백 사장은 “해외에 마케팅을 시작한 지 3년이 지나서야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특히 경쟁사와 달리 임가공 센터를 운영해 다양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제4기한국은 1년간의 테스트기간을 거쳐 최근 대만 최대 전자 제조기업인 폭스콘에 7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장비 수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미국, 독일, 대만의 경쟁사를 실력에서 압도한 셈이다.
그는 어려움을 겪는 국내 PCB 및 장비업체들에게 “이제 국내 PCB 업체들과 장비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해외 시장 개척에는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사진=박지호기자@전자신문, jiho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