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예술영화전용관에서는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74팀 296명이 세계 36개국을 향하는 발대식을 가졌다.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은 국가 간 정보격차 해소 도우미이자, 민간 IT홍보대사로서 IT 후발국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을 하고, 선진 IT 코리아 위상을 널리 알리기 위한 임무를 띠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달 30일부터 교육을 시작한 이스탄불팀과 이달 5일 마지막 수업을 한 카이로팀 봉사현장을 직접 찾아 IT 코리아 세계화의 초석을 엿보았다.
◆터키
#1 카르데시, 우리는 형제.
“행복해요!” 지난 2일(현지시각) 이스탄불 시슬리 지역에 자리 잡은 터키·한국문화교류협회 컴퓨터·인터넷 교육장에서 여린 탄성과 웃음이 터져나왔다. 현지 소녀인 라파 악타쉬(18)에게 e메일 주소가 생겼고, 서울에서 온 오빠 같은 선생님인 김준룡 씨에게 난생 처음 편지를 보내본 것.
이른바 컴맹이었던 악타쉬는 그렇게 한국에서 온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카르데시’팀(카르데시는 터키어로 형제라는 뜻)의 봉사활동을 통해 조금씩 인터넷 세상으로 안내되고 있었다. 악타쉬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매료된 나머지 집에서 교육장까지 3시간이나 걸림에도 불구하고 단골 수강생이 됐다.
“특별한 사람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봉사죠.”
카르데시팀원인 송종욱 씨(26·한양대 전기전자컴퓨터학부)의 열정과 겸손함이다. 송 씨는 삼성전자 기술총괄센터 소프트웨어멤버십 소속으로 여러 과제 수행을 하느라 여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에 왔다. 송 씨는 죽마고우인 김준룡 씨(26·중앙대 컴퓨터공학과)와 함께 서울 외국인 근로자지원센터에서 만난 이영미(21·한국외대 터키어과), 최민지 씨(20· \")와 ‘카르데시’를 구성했고, 지난달 30일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카르데시팀은 컴퓨터 켜고 마우스를 클릭하는 방법 등을 사진으로 담은 교재를 준비했고, 멸치 국물을 우려낸 국수를 삶아내는 등 터키 미래 주역들에게 한국의 정과 문화를 함께 전하고 있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 최근 현지 기업들이 정보화 능력을 높이 사고 있지만 마땅히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무료 정보화 교육체계가 없고, 최소 월 200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정보화 사교육 비용이 큰 부담이어서 한국 청년봉사단의 무료 교육이 큰 인기다.
터키 참전용사협회 자녀를 중심으로 지난 2002년부터 600여명이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의 무료 정보화 교육 혜택을 받았으며, 현재 1일 평균 10여명이 교육장을 찾아오고 있다.
◆이집트
#2 피크, IT로 놓는 한·이집트 가교.
지난 5일(현지시각) 카이로 기자 지구 내 ‘이집트·코리아 인터넷 플라자’에서 열린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피크’팀(P.E.A.K: 피라미드 오브 이집트, 아리랑 오브 코리아)의 마지막 수업. 현지 소년 호삼 하산(16)이 “내년에 또 오라”며 아쉬워했고, 사라 아흐멧(16)은 한국 청년봉사단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을 정도로 서로 깊은 정이 들었다.
이집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으로 보급률이 높아졌으되 덩치 큰 게임기나 계산기에 불과했던 가정 내 컴퓨터를 첨단 정보기기로 바꿔준 한국 젊은이들에 대한 고마움의 발로다.
“이집트·코리아 인터넷 플라자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열성이 대단합니다.”
구희성 씨(27·순천대 일반대학원 컴퓨터공학과)는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고, 스포츠 클럽에서 함께 땀 흘리고 싶어하는 등 이집트 젊은이들의 적극성에 감동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교육생 80여명 가운데 70% 이상이 꾸준히 교육장에 나왔고, 따로 수료증까지 마련했을 정도다.
구 씨를 중심으로 하는 피크팀 팀원들은 1지망 23 대 1, 2지망 44대 1의 경쟁을 거쳐 선발됐다. 이 경쟁을 뚫은 이들이 조영선 씨(24·전남대 통계학과), 태국·일본·중국·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박수진 씨(22·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국가인권위원회의 외국인 근로자 인권(영어)상담원인 윤채은 씨(24) 등이다.
피크팀은 특히 사라 아흐멧을 비롯한 이집트 아인샴스대학교 한국어과 학생들과의 교류를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컴퓨터를 게임기로만 여겼던 교육생들이 ‘엑셀’로 가계부를 만들고, ‘파워포인트’로 숙제를 하게 된 것도 보람찼다.
지난해에도 말레이시아에서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으로 활동했던 박수진 씨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청년봉사단 교육 수료증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될 정도였다”면서 “이곳(카이로)에서도 이집트·코리아 인터넷 플라자 교육 수료증이 큰 인기”라고 전했다.
이집트·코리아 인터넷플라자는 정통부 산하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지원으로 현지 이집트여성개발협회(EWADA)에 개설된 정보접근센터(IAC)이다. 80∼200여명이 1∼2개월씩 무료 정보화 교육혜택을 받고 있다.
◆현지인 인터뷰1-라흐민 벡토란 터키 참전용사협회 부회장
“단발 교육에 그치지 말고 수 개월이나 1년 이상 계속 교육해주세요.”
라흐민 벡토란 터키 참전용사협회 부회장의 갈망이다. 한국 청년봉사단이 주로 여름 방학을 이용해 이스탄불에 오는데 터키 사람들 휴가 기간과 겹쳐 아쉬움이 많다는 것.
특히 “참전용사협회원들의 넉넉하지 않은 살림으로는 매월 미화 200달러 이상을 자녀 컴퓨터 교육에 쏟아부을 수 없는 실정인데, 한국의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이 무료로 가르쳐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벡토란 부회장은 “참전용사협회 임원인 일리야스 외즈벡카쉬 씨의 아들이 작년에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수업을 받은 데 힘입어 취업할 수 있었다”며 한국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줄 것을 바랐다. 그는 또 “터키에서도 직업적으로 컴퓨터를 쓸 일이 많아져 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이 많지만, 마땅한 공교육 프로그램이 없고 컴퓨터 자체가 고가여서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벡토란 부회장과 외즈벡카쉬 씨는 “한국은 형제의 나라”라며 컴퓨터 기초로부터 응용에 이르기까지 더욱 많은 무료 교육 지원을 바랐다.
◆현지인 인터뷰2-지한 자말 이집트여성개발협회장
“한 마디로 환상적이라는 반응들이죠.”
지한 자말 이집트여성개발협회(EWADA)장이 전하는 현지인들의 한국형 정보 인프라와 교육 체계에 대한 반응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지난 2004년 3월 정부개발원조(ODA) 일환으로 카이로 EWADA에 구축했던 정보접근센터(IAC) ‘이집트·코리아 인터넷 플라자’에 최신형 PC 19대(총 30대), 52인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 TV, 프린터 3대 등 각종 장비를 추가 지원하고 내부 시설을 전면 보수해 지난 5월 새로 문을 열었다.
이 같은 첨단 시설에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파견이 맞물려 장비와 교육을 모두 지원하는 모범 사례로 남게 된 것이다.
자말 회장은 “7년 전 여성을 대상으로 시작된 무료 교육이 지금은 남성들에까지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면서 “네 번째로 맞이한 한국 의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의 부지런함과 열정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집트 기자 지구 주민들은 월 500이집트파운드(한화 약 10만원)에 달하는 컴퓨터 교육비를 마련할 여력이 없어 월 평균 80∼200여명이 ‘이집트·코리아 인터넷 플라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스탄불(터키)·카이로(이집트)=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