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위대한 산업을 향해](1)프롤로그-통신을 말하다

 통신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파급력을 주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통신서비스와 함께 일하고, 학습하며, 사귀고, 휴식을 즐긴다. 유무선 통신업체들이 내놓은 다양한 서비스들.
통신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는 물론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파급력을 주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통신서비스와 함께 일하고, 학습하며, 사귀고, 휴식을 즐긴다. 유무선 통신업체들이 내놓은 다양한 서비스들.

 유선 100년·무선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국내총생산(GDP)의 6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 의사소통과 업무처리의 기본 도구이자 모든 가정과 개인이 한두개씩은 누리는 가장 보편적인 서비스. 통신산업은 지난 10여년간 눈부신 성장을 통해 좋은 산업(Good Industry)으로서의 지위를 톡톡히 누려왔다. 그러나 활기가 사라졌다. 성장 동력의 상실, 여전히 발목잡는 규제, 시민사회와의 마찰 등에 직면하며 주춤거리고 있다. 통신산업이 10년후에도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기관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좋은 산업을 넘어 위대한 산업(Great Industry)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통신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과제들을 연말까지 짚어본다.

 

 1.프롤로그-통신을 말하다

 “통신은 사회구성원들에게 단순히 더 많은 재화 뿐만이 아닌 윤리적·환경적·문화적으로 보다 윤택한 삶을 살도록 해주는 ‘좋은’ 산업이다.”(남중수 KT사장)

 “통신 자체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와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철강조선 등의 분야와 같은 세계 최고의 위상에 도달하기 힘들다.”(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통신산업을 바라보는 상반된 두 시각이다. 전자가 통신산업의 현재 위상과 내재가치를 말한다면, 후자는 미래 불확실성과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다. 어느 것이 맞다, 틀리다 말할 수 없다. 통신산업은 지금 ‘적당히 괜찮은 현재’와 ‘낙관할 수 없는 미래’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지금 안주한다면 통신은 그저 좋은 산업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자기부정과 혁신, 미래 길찾기에 매진하면 위대한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통신은 좋은 산업=어떤 산업이 좋은 산업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가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데 얼마나 기여하는가 등이다. 이런 관점에서 통신산업은 좋은 산업임에 틀림없다. 통신산업이 유발하는 경제적 가치는 엄청나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를 포함한 생산규모는 90조원. 통신부품까지 감안할 경우 140조∼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6년 국내총생산(GDP) 850조원의 16∼17%에 이르는 규모다. 통신산업을 빼놓고 우리나라 경제를 논할 수 없다.

 가장 대중적인 산업이다. 2000만명이 넘게 쓰는 시내전화, 4200만명이 손에 쥔 이동전화, 1400만 가정에 파고 들어간 초고속인터넷 등은 그 어떤 산업도 넘보지 못할 자산이다. 단지 연결돼 있을 뿐만아니라 매일매일 통신을 이용해 업무를 하고, 쇼핑을 하고, 문화를 즐기고, 연애를 한다. 하루동안 지갑없이 살 수 있어도 휴대폰 없이 살 수 없다는 말은 결코 빈말은 아니다.

 통신으로 인해 생활이 안전해지고, 윤택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여성·장애인들이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나 어린이·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데 통신이 기여한 바가 크다. 김선화 청와대 과기보좌관은 “통신은 이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가 됐을 정도로 중요성이 크다”며 “경제·문화·복지 등 여러 측면에서 좋은 산업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통신산업이 직면한 문제들=SK텔레콤이 10년 후에도 에비타 마진이 40%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남아있을까. KT가 5년후에도 시내전화 지배적사업자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물음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너무나 많은 변수와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신산업의 성장은 이미 정체했다. 3∼4년전부터 KT와 SK텔레콤의 매출은 10조∼11조원에 머문다. 매년 2000억∼3000억원을 늘려가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2001년 36조원이던 통신서비스 산업은 2005년 49조원까지 대폭 확대됐다가 지난해 50조원으로 소폭 성장에 그쳤다. 서비스 분야의 정체는 통신장비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최근 3년간 47조원대에서 머문다.

 통신업체들은 돌파구를 찾기위해 신성장동력을 찾고 글로벌 사업을 모색하지만 아직 이렇다할만한 성과가 없다. 미래 성장엔진의 주요 축인 방송·통신융합은 법제화에 막혔고, 완화했다는 정부 규제도 여전히 예측 가능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OECD가 올해 발간한 규제개혁심사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는 2000년 권고했던 여러가지 (통신분야의) 제도적 변화를 5년 동안 거의 수행하지 않았다”며 “정보통신부가 산업성장과 경쟁촉진이라는 상반된 역할을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이 통신사업자들에게 더 많은 수고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고민거리는 시민사회와의 충돌 및 문화적 부작용이다. 통신 이용자가 늘수록, 통신이 각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깊을수록 문제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위치추적서비스와 프라이버시 문제,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통신과 스팸의 창궐, 통신비 증가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문제 제기의 옳고 그름을 넘어 사업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양적 성장이 지나치게 빠른 나머지 이를 수용하는 문화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것이다.

 ◇위대한 산업으로 재도약해야=지금까지 통신산업은 정부가 허락한 몇개의 사업자가 그에 상응하는 대가(경제 활성화를 위한 설비투자 등)을 내고 시장을 나눠먹는 정부주도형 기간산업으로 충실한 역할을 해냈다. 설비기반 경쟁으로 네트워크 인프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 탄탄하고 광범위하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더이상 투자할 인프라가 없다.

 판을 바꿔야한다. 앞으로는 사업자가 철저히 서비스와 시장 논리에 의해 경쟁을 만들어나가는 민간주도형으로 탈바꿈해야한다. 내수산업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국경없는 글로벌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시민사회와의 충돌과 갈등도 조화롭고 성숙하게 풀어야 한다. 앞에선 규제완화를 외치지만 뒤에선 여전히 규제의 칼자루를 쥔 정부의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넘기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그러나 잘 풀어나간다면 통신산업은 ‘좋은 산업을 넘어 위대한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지속성장 충분하다.’

 통신산업을 바라보는 각계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비슷했다. 통신산업은 좋은 산업이며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재도약 과제에 대해선 대체로 규제완화·글로벌화·컨버전스 등을 꼽았다.

 ◇통신산업 평가 긍정적=석종훈 다음 사장은 “콘텐츠 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소비 영역을 창출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넘어 문화·경제 활동의 통로 역할을 한다”라고 평가했다. ‘아기공룡 둘리’의 작가 김수정씨는 “통신이 없었다면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영상과 인터넷을 즐기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며 “통신의 발달로 문화·콘텐츠 산업도 좋은 기회를 갖게돼 관련 종사자로서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중수 KT 사장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통신의 속성상 지속성장이 가능하며 세계적인 위상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약점 지적도=김선화 청와대 과기보좌관은 통신산업의 약점 가운데 시민사회와 의사소통이 미흡한 점을 꼽았다. 최근 요금논쟁이 단지 요금의 높고 낮음보다 통신이 대중화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와 호흡하는 면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발사업자에게는 좋은 산업이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기존 사업자들끼리 서비스 차별화가 모호해지고 레드오션이 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남중수 사장은 “비약적인 통신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취약 계층을 더욱 소외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업그레이드 과제는=김선화 보좌관은 “통신사업자의 글로벌 마인드와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에 걸맞는 법·제도 정비도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남중수 사장은 “국내 경쟁을 넘어 국가적 경쟁으로 변하고,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요즘 시대는 규제가 더 이상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병기 한국통신학회장은 “하드웨어나 네트워크 중심 투자가 아닌 소프트웨어적인 연구와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희진 센터장은 통신 후발국가로의 진출과 미디어·방송 등 인접 산업으로의 영역확대 등을 꼽았다. 김수정씨는 ‘소비자 요구에 맞는 기술과 아이디어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