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등 평화체제 구축이 핵심 논의사안이지만 경제·산업계의 관심사는 단연 남북간 경제교류협력이다. 지난 2000년 제 1차 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사업이 성공적으로 펼쳐졌음에도 이후 남북간 경제협력 측면에서는 개성공단 이외에 이렇다할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회담이 주목을 받고, 남북간 경제협력의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경제계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8일 정부도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남북 경협 및 교류 협력 관계를 양적·질적으로 한단계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논의할 것”이라는 매우 희망적인 발언을 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간 경제협력을 위해 논의해야 할 사안은 통신, 특히 인터넷 사용 문제다. 비즈니스에 필수가 된 인터넷이 여전히 개성공단 등 북한에서는 사용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꾸준히 통신환경 개선을 요청해 왔지만 이는 고위급에서 논의사안이라는 이유로 해결의 실마리가 좀체 풀리지 않았었다.
통일부 측에서는 “북측에서 인터넷 사용을 허락하지 않고 있으며 체제 유지와 관련된 것이어서 좀더 큰 틀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만을 반복해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북측에서 허락만 한다면 언제라도 개통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김동근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KT가 통신회선을 현재의 300회선에서 1만회선으로 늘리고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도 협상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KT측도 이를 위한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다.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IT협력도 이번 회담이 길을 확 넓혀주는 계기가 되기를 업계는 바라고 있다.
남북은 지난 2005년 남북IT협력 세미나를 통해 애니메이션, 모바일콘텐츠, 온라인게임, 소프트웨어 등 4개 분야에 대해 시장타당성 조사와 실무 프로세스 등을 논의한바 있으며 지난해에 IT기술 및 산업협력방안에 대한 공동연구를 실시했다.
올들어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이 개성과 평양에 한반도 SW협력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의를 펼쳤으며 이르면 이달중 관련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해왔다.
적잖은 난관 속에서도 민간 차원에서의 IT협력을 위한 돌파구 마련은 끊임없이 이어졌던 셈이다. 양재원 소프트웨어공제조합 사무총장은 “남북IT협력은 북한에서의 인터넷 활용과 함께 자유로운 왕래만 보장된다면 크게 활기를 띨 것”이라며 “북한에서도 IT가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인 만큼 이번 회담에서 전향적으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북한으로의 IT설비나 기술이전을 위한 전략물자 반출 문제도 선결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아직까지 전략물자 문제가 큰 화두로 부상하지는 않았지만 현재의 상태에서는 언제 불똥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현재 북한은 바세나르협약(WA)과 미국수출관리규정(EAR)상의 규제대상국으로 지정돼 있어 전략물자 반출이 금지돼 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