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산업이라는 숲을 재정의하고 다시 그리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제가 할 일은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SW기업이 살 수 있는 새로운 SW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53·사진)이 취임 1년을 뒤돌아 보면서 그동안 머리 속에 담아놓은 구상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 해 8월 취임과 함께 기업의 최고정보관리책임자(CTO) 출신의 첫 원장으로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발전과 혁신을 가져올 인물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한 시선 속에서도 그는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눈앞의 실적을 올리는 것은 아니라고 확고히 했다.
“앞으로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중소기업에게는 정부 과제를 많이 주는 것이 당장은 이익일 수 있으나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으니 시장을 뚫을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죠.”
유 원장이 IT서비스 선단형 수출에 애정을 갖는 이유다.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해 중소 SW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경험하고, 수출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자정부 수출을 중심으로 한 대·중소 SW기업 상생협력을 외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전자정부 수출할 때에도 국내 많은 중소 SW기업들이 그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SW 산업 육성 중장기 전략에도 이러한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 원장은 “개별 과제를 바라는 기업들에게 때로는 비난의 소리를 들을 지언정 중소기업들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겠다”고 강조했다.
유 원장에게는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SW 전문가 그룹으로 만드는 일이다. 취임 후 의사결정 과정도 단순화하기 위해 원장 결재사항 중 많은 부분을 단장 결재사항으로 이양했으며, 실행 프로세스에 맞춘 조직을 구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교육을 중심으로 한 7개의 동호회를 활성화하며 유 원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하기도 했다.
유 원장은 “진흥원의 활동이 사업 예산 집행에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되며, 불필요한 보고서 만드는 일에 매몰되서도 안된다”며 “지원 인력을 축소하고 분야별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혁신학교, 교육 동호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