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전자지불결제대행(PG)사가 계약을 맺은 600여 가맹점(인터넷쇼핑몰 등 서비스업체)에 대한 정산작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사태가 발생해 PG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일반 소비자는 물론 PG사를 이용하는 가맹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9일 PG업계와 문제의 PG사에 몸담았던 관계자에 따르면 보훈정보시스템은 지난달부터 아무런 사전 통보나 해명도 없이 가맹점에 대한 정산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에 따라 보훈 측과 거래계약을 맺은 인터넷 쇼핑몰 등 600여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결제받지 못한 피해금액이 1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까지 보훈정보시스템에서 근무했던 A씨는 “자산항목으로 잡혀 있는 것을 매각 처분하는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처리절차를 통해 가맹점들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했다”며 “하지만 보훈의 부채비율이 높아 모든 대금을 지불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A씨는 “현재 보훈정보시스템이 서울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위한 서류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파산 작업에 앞서 보훈 측은 지난달 가맹점에게 채무변제확인서를 제공하고 파산절차가 진행되면 이 확인서를 통해 가맹점에게 채권자 지위를 부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PG 지불 못하면 가맹점 일방적 피해=일반적으로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신용카드 결제 때문에 대부분 PG사와 제휴를 맺어서 사업을 진행한다. 가맹점이 고객이 주문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PG사가 카드사로부터 대금을 결제받아 가맹점에 이를 지급하는 구조다. 여기에서 PG사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 가맹점이 손해를 떠안게 된다.
피해업체들 가운데는 직접 카드사를 방문, PG사를 통한 거래자체를 무효화하는 ‘매입취소’를 요청했지만 카드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PG업계 불똥 맞을라=이 같은 사태를 바라보는 PG사들은 유사한 형태의 사고가 재발, PG업계를 불신하는 등 업계 전체의 이미지 손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PG업계 일각에선 “사실 구매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있지만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전무하다”며 제도보완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쇼핑몰에서 10만원 이상 현금결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제대금예치제(에스크로)를 적용하는 반면 가맹점은 사고가 발생하면 어떠한 보호조치도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로 일정조건을 갖추고 전자결제대행업을 영위하는 업체는 전자금융업등록을 마치도록 해 전자금융업에 대한 감독체계를 정비하겠다고 했지만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하는 업체에 대한 당국의 감독은 여전히 느슨하다.
송윤호 PG협의회 회장은 “일부 소규모 PG사들은 가맹점에 지급해야 할 돈을 다른 곳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업체들이 PG사를 선택할 때 당장 싼 수수료와 같은 조건보다 재무구조가 튼튼한 우량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나중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