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인 ‘서브원’을 발판으로 오는 2009년 소매유통업에 진출한다. 또 서브원이 영위하고 있는 건물관리(FM)·건설관리(CM) 사업을 리모델링·감리·프로젝트매니지먼트·인테리어 등으로 대폭 확대, 오는 2010년께는 매출 5000억원대의 중견 건설사로 키워낸다는 구상이다. 이는 LG그룹의 강력한 신규사업 추진 의지로 해석되지만, 지난 2005년 계열분리를 단행한 GS그룹의 주력 업종인 GS리테일·GS건설과 대치되는 사업으로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서브원(대표 김태오)은 현재 주력사업인 기업소모성자재(MRO) 구매대행 서비스를 기반으로, 오는 2009년부터 건자재를 비롯한 일반 소매유통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또 FM·CM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건설사업을 리모델링을 포함한 종합건설사업으로 크게 강화해 오는 2010년께는 외형 5000억원대의 중견 건설사 수준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김태오 사장은 “MRO 사업부문의 안정적인 성장을 기본으로, 향후 3년내 그룹 차원에서 신규 추진할 유통·건설사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특히 건설사업은 기존 건물관리업과 함께 레저·리모델링·감리 등 다양한 부가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 u시티의 시설관리사업자인 서브원은 최근 국내 최대규모의 민간자본유치사업(BTL)인 울산 과학기술대 건축사업 수주전에서도 관리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잇따라 따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브원은 그동안 LG그룹의 대규모 공장단지와 전국 빌딩 등의 공사관리를 오랜기간 수행해왔다”면서 “최근 민간 건설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는데는 그만큼 건설사업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현재 기업용 MRO 시장 1위의 위상을 꾸준히 강화해 나가면 오는 2009년부터는 건자재를 포함한 일반 소매유통업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김 사장은 “향후 3년내 MRO 매출규모도 2조원대로 지금보다 배 가량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브원은 지난해 1조3200억여원의 매출과 48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한 MRO 업계 1위 회사로 이 가운데 약 1조원을 MRO 부문에서, 나머지를 건설사업·레저·빌딩관리 등에서 각각 거둬들였다. 올해는 건설사업과 빌딩관리사업에서 각각 140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서브원의 사업확장 구상은 LG그룹이 유통·건설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신규사업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빌딩관리시스템에서 쌓은 기술력을 활용하면 u시티 사업에도 뛰어들 수 있는 것은 물론, 그룹 계열분리후 사실상 접은 금융사업도 건설 분야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을 통해 새롭게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년말 완공 예정인 경기도 곤지암의 리조트도 첨단 IT시스템을 총동원해 업계 최초의 ‘u리조트’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브원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GS그룹 내부에선 불편한 심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종합유통업체인 GS리테일 고위 관계자는 “(건설·유통업에 진출하려는 LG그룹의 움직임을) 이미 다 알고 있다”면서 “계열분리후 어차피 제 갈길을 가고 있지만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2005년 GS그룹이 계열 분리를 공식 단행한뒤 지금도 LG그룹의 건설 물량은 GS건설이, GS그룹의 MRO 조달 물량은 서브원이 각각 맡고 있지만 앞으로 LG그룹의 공격적인 행보에 따라 두 그룹의 관계에 다소 갈등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서브원의 지난 1분기 매출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