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장주식 렉시테크 사장

장주식 렉시테크 사장
장주식 렉시테크 사장

 “국내 인터넷 환경은 이제 양적 팽창보다 질적 수준 향상에 신경을 써야 하는 시점이 됐습니다.”

 점과 선으로만 이루어진 비트맵 서체에 미세한 컬러효과(힌팅)를 주는 벡터스크린폰트 기술을 이용, 인터넷용 명조체를 개발한 장주식 렉시테크 사장(51). 그는 현재의 인터넷 한글 환경이 서체 개발자와 네티즌들의 무관심 속에서 피폐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 시발점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제목용 서체인 굴림과 돋움체를 한국 상황에 맞게 개선하려는 노력없이 인터넷의 기본 서체로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인터넷 디자인의 품질 향상도 더딜수 밖에 없었다는 것.

 “굴림과 돋움체의 한계는 96dpi 정도밖에 구현해 내지 못하는 저해상도 모니터의 특성에서 출발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점과 선으로만 획이 많은 한글을 표현하다 보니 계단현상으로 인한 시각적 피로감과 글씨의 품질 저하가 나타났습니다. 또 본문용 서체인 명조체가 실종됨으로써 다양성도 부족해졌습니다.”

 장 사장은 2002년 경부터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독자적으로 인터넷 한글 서체 개발에 나섰다. 개발을 위해 채택한 것은 애플과 MS가 공동으로 개발한 비주얼트루타입(VTT) 기술이다. 이 기술은 비트맵 폰트를 오프라인에서 보는 것과 같은 서체로 변환하기 위한 폰트 개발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한글의 발전을 더디게 만든 장본인이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원천 기술도 MS가 제공한 셈.

 이후 장 사장은 5년여에 걸쳐 VTT를 한글의 특성에 맞게 적용해 명조·바탕·신문명조 등 8종의 폰트를 개발했다.

 “8종의 인터넷용 서체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 폰트의 크기별로 힌팅 값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1종의 폰트 개발에도 수 많은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죠.”

 장 사장은 이제 자신과 렉시테크 개발자들의 땀이 밴 한글 서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우선 일반 기업들의 내부 업무용 프로그램과 그룹웨어 등 기업용 솔루션에 적용하기 위해 수요처 위주의 ‘인터넷한글타이포그래피혁신포럼’을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또 올해 한글날을 전후해서는 프로추어(프로페셔널+아마추어) 전문 콘텐츠 포털로 혁신을 준비 중인 코리아닷컴과 협력, 포털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장 사장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일반 네티즌들에게도 저렴한 가격에 폰트를 보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장 사장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과 일본 시장에 닿아 있다. 아직 독자적인 인터넷용 폰트 제작능력이 떨어지는 중국 한자와 일본 서체 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글을 개발하며 확보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중국 한자용 폰트에 적용하기 위한 시험작업을 이미 마쳤다”며 “동북아 3국의 인터넷 폰트 시장 선점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웃집 아저씨같은 털털함 뒤에 은근과 끈기의 내공을 갖춘 그의 발걸음이 어디까지 닿을지 주목된다.

 양종석기자@전자신문, js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