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이 없다”-하나로텔레콤 관계자.
“비용대비 효과는 크다”-G마켓 관계자.
‘대박’만을 가져다 줄 것 같은 해외 주식시장 상장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하나로텔레콤이 지난 6월 나스닥 진출 7년 만에 상장을 자진 철회한 것이 계기가 됐다. 부정적인 시각으로는 상장유지 비용이 부담스러운 수준인데다, 투자자 반응이 신통하지 않으면 오히려 기업 위험 부담이 더 커진다는 논리가 주류를 이룬다.
◇해외진출 ‘대박의 꿈’=우리나라 상당수 IT기업은 같은 기술주 중심 시장이라 하더라도 코스닥보다는 나스닥 등 해외시장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들이 텃밭을 제쳐두고 ‘물 설고 낯선’ 외국에서 기업을 공개하려는 것은 역시 ‘글로벌 효과’의 기대감 때문이다. 국제적 지명도를 높여 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일본 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넥슨 관계자는 “일본이 게임의 이해도가 높고 세계적인 게임 업체도 많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한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관계자는 나스닥에 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를 “미국시장 개척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실제로 자스닥, 영국의 AIM 등 해외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한국 기업을 겨냥해 지속적인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상장 기준은 코스닥이 가장 까다로워=상장 시 요구하는 경영성과는 코스닥이 나스닥·자스닥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닥의 경영성과 기준은 경상이익이 발생하고(이하 최근연도 기준) 동시에 순이익이 20억원 이상이거나 또는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요구한다. 이는 세전이익(75만달러, 약 7억원)만 보는 나스닥, 당기순이익 발생 또는 경상이익이 5억엔(약 40억원) 이상인 자스닥 등과 비교할 때 적잖은 부담이다. 지계문 디브레인증권 서울사무소 대표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코스닥 상장요건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게임은 복수 이상의 사업에서 수익을 내야 하는 등 외형적인 요건을 많이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는 ‘그렇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의 근거로는 기술기업 상장특례를 예로 꼽는다. 현재 벤처기업은 자기자본 규모가 일반기업의 절반인 15억원이며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순이익과 ROE기준이 일반기업의 절반인 10억원과 5%로 낮아진다. 또 성장성이 있는 기업에 수익성 요건을 면제해 주는 ‘기술성평가에 의한 상장특례’도 적용 중이다.
◇유지비, 해외 부담 커=반면에 해외 상장 시는 상장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조건과 비용이 만만하지 않다. 기업 활동 등을 현지 기준에 맞게 바꿔야 하고 보고서 등을 제출할 때도 현지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나로텔레콤이 나스닥 시장에서 자진 철회한 것도 이런 배경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하나로텔레콤 측은 “유지비만 연간 20억∼3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거래규모가 예상보다 작아 상장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많은 유지비용을 내면서 굳이 있을 이유가 없었다”고 철회 이유를 밝혔다.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가 지난해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지비용(인건비 포함)은 연평균 2억9000만원에서 많게는 5억8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자스닥 역시 상장유지비(관리료)만을 봤을 때 코스닥(평균 약 70만원)에 비해 10배가량 많았다.
◇효과 면밀히 따져야=전문가들은 해외 상장 시 비용대비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칫 효과도 없이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부으며 기업이미지만 추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이럴 경우 상장 철회도 쉽지 않아 ‘전전긍긍’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컨설팅업체인 BIBR의 신동준 이사는 “나스닥 등 해외에 상장하는 것은 글로벌기업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자칫 거래가 부진해지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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