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 기술, ‘꿈에서 현실로’

 특정 물질을 극저온 상태로 냉각하면 전기 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국내 연구진의 초전도 응용 기술 개발이 점차 ‘꿈에서 현실로’ 바뀌고 있다.

 초전도 현상을 이용하면 저항의 발열에 따른 전력 손실을 없앨 수 있는 데다가 강력한 자기장 형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같은 크기의 전력케이블로 기존에 비해 15배 많은 전력을 보낼 수도 있고 보다 강력한 모터를 제작할 수 도 있으며 600km 속도를 낼 수 있는 초고속 자기 부상 철도도 만들 수 있다.

 ◇재료 기술이 우선 =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의 과학자 온네스가 우연히 액체헬륨(섭씨 영하 269도)의 온도를 측정하다가 이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것을 발견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1980년대 비스무스·스트론튬·칼슘·구리·산소로 이뤄진 ‘비스무스계 산화물 초전도체’는 영하 196도에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함이 발견됐다. 고가의 액체헬륨을 쓰지않고 액체 질소를 이용해 초전도 현상을 만들 수 있는 길이 발견된 것이다. 국내 기술진들도 초전도 자석의 기본 소재인 고온 초고속 선재(線材)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고유 공법으로 100m의 고온 초고속 선재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성기철 한국전기연구원 초전도기기 연구그룹 그룹장은 “다른 기술과 달리 독자 증착방식의 저가의 공정을 활용, 2세대 초전도 선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르면 2010년 경 상용화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냉매를 쓰지 않고 보다 구현이 쉬운 냉동장치를 이용해 초전도 현상을 발생시키는 기술도 급진전되고 있다.

 ◇응용 분야 무궁무진 = 전기연구원 권영길 박사팀은 3600rpm(분당 회전 수)에 1300마력의 힘을 내는 초전도 모터를 개발했다. 크기는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효율은 2% 증가했다. 이 모터는 2008년쯤 바닷물을 식수로 만드는 담수설비 등에 우선 적용될 계획이다. 선박용 6700마력 저속 초전도 전동기를 개발해 군함 등 선박용으로 적용하기 위한 협의가 국내 기업 및 해군과 진행되고 있다. LS전선은 전기연구원과 함께 초전도 전력 케이블을 개발중이다. 이 회사는 기존 전력선(케이블)에 비해 부피는 60% 이상 줄이고 전력공급 용량을 5배나 늘린 고온초전도 케이블을 2005년에 개발했다. 초전도케이블을 이용하면 사실상 전력 손실이 제로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765kV(킬로볼트)나 345kV의 초고압이 아닌 154kV 또는 22.9kV의 저전압으로 대용량 송전(送電)이 가능하다. LS전선은 오는 2010년경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가동에 들어가는 KSTAR(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에서 초전도 기술은 필수다.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초전도기술을 이용한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를 개발중이다.100km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일반 자기부상열차와 달리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는 비행기와 맞먹은 600km의 속도까지 낼 수 있다. 성기철 그룹장은 “초전도 기술은 에너지·환경 문제 해결 등 공공성이 강하고, 관련 첨단기술 분야에 파급효과가 커 전세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산·관·학이 협력을 바탕으로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