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노드디지탈그룹의 리유쯔슝 회장이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를 찾았다. 3노드디지탈그룹은 조만간 ‘한국 주식시장 상장 1호 해외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중국의 IT제조기업이다. 리 회장은 5시간여에 걸쳐 상장 절차에 관해 직접 문의하고 확인해 KRX 담당자들의 진을 빼놓았다. 그는 중국으로 돌아가서도 전화회의를 통해 KRX를 괴롭혔다. 하루는 오후 2시에 시작된 회의가 밤 11시가 되서야 끝나기도 했다.
KRX로서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고된 시간이었지만 KRX의 해외 기업 유치사업이 첫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오는 17일 예정된 국내 상장 제1호 해외 기업이 탄생하기까지 지난 2년간의 시간을 되돌려봤다.
◇특별한 만남=KRX의 해외 기업 유치사업이 시작된 지난 2005년 KRX와 중국의 교류가 활기를 띠었다. 같은해 8월 중국 선전 벤처캐피털(VC)협회 일행이 KRX를 찾았고 두 달 뒤에는 곽성신 코스닥시장본부장이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설명회를 열었다.
멀티미디어 스피커업체인 3노드 측도 이때 설명회에 참석했다. 마침 한국의 IT에 관심이 많았던 리 회장은 한국 증시 상장을 한국 기업과의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리 회장은 이듬해 4월 KRX를 방문해 외국기업 상장제도를 확인했고 곧이어 신영증권과 코스닥상장 주간사 계약을 체결했다.
◇외부감사 문제로 충돌=본격적인 상장작업에 착수하자 하나둘 변수가 튀어나왔다. 그 중 하나는 외부감사 문제. KRX는 첫 해외 기업 상장인 만큼 투자자 보호가 중요하다고 판단, 3노드에 세계적인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요구했다.
이같은 방침에 3노드는 높은 감사 비용은 물론이고 유독 자사에만 그런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KRX에 불만을 표시했다.
KRX 코스닥본부의 강홍기 상장제도총괄팀장은 “3노드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내 투자자에게 기업의 투명성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더 중요해 밀어붙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KRX의 끈질긴 요구에 결국 3노드는 지난 1월 세계 4대 회계법인 중 하나인 언스트앤영(E&Y)을 외부감사인으로 선임했다.
◇고된 지원작업=주간사인 신영증권에는 지루하고도 고된 작업이 계속 주어졌다. 한국에 연락사무소조차 없는 중국 기업을 지원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모든 자료를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 3개 국어도 만들어야 했으며 기업 실사 지원을 위해 신영증권 실무진이 5개월씩 현지에 상주해야 했다.
신영증권 임종성 법인사업본부장은 “국내 어느 증권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다보니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3노드는 지난 5월 예비심사 청구에 이어 한달 뒤 ‘승인’ 판정을 받아 코스닥행 티켓을 거머쥐었고 이달 17일 상장만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곽성신 KRX 코스닥시장본부장은 “3노드의 코스닥 상장으로 해외 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졌다”며 “앞으로 더 많은 해외 기업이 국내 증시를 찾아오도록 시장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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