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끄는 이공계 사람들](2)최갑홍 기술표준원장

 최갑홍 기술표준원장(52)은 정통 테크노크라트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표준화 정책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갖춰 취임 당시부터 기표원 수장으로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온 그는 공직생활 시작 후 지금까지 30년동안 줄곧 테크노크라트의 길을 걸어 왔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최 원장은 기술고시 합격 후 국립공업시험원(현 기표원)을 시작으로 산자부 전신인 상공부 전자전기공업국 사무관과 기술개발과장, 반도체전기과장 등을 거쳤다. 이를 통해 산업기술정책과 연구개발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그는 과학기술자문회의와 정통부 초고속통신망 구축기획단에 몸담으며,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 정책에도 깊이 관여했다. 산업·정보통신·과학기술에 대해 다채로운 경험을 쌓은 셈이다. 최 원장은 “이공계 졸업 후 나름대로 테크노크라트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화려한 이력에 걸맞는 의미 있는 업적을 남겼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산 디지털TV의 성공적 개발 지원을 꼽을 수 있다. 고선명(HD)TV가 향후 세계 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본 그는 일본이 추진하던 아날로그방식의 HDTV에 대응해 지난 98년 디지털방식을 채택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HDTV 수상기개발 5개년 계획’ 수립을 주도했다. 이 계획은 한국의 전자산업이 최초로 일본을 누르고 세계 시장에서 1위를 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최 원장은 “일본이 24년간 연구한 결과를 보고 2등이던 한국 가전산업이 세계 1등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 섰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특히 “당시 이공계 인력들이 컴퓨터와 통신 분야로만 쏠렸었는데 이 사업을 통해 이공계 대학에 여러 위탁과제를 주면서 우수 인력들이 가전분야 연구개발에 나서게 됐다”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HDTV 분야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국가 표준과 인증제 혁신방안 수립과 추진도 그의 성과로 빼 놓을 수 없다.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 근무 당시 국가품질인증제도 발전방안을 수립했고 이를 계기로 기표원장에 취임해 이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가 표준 품질인증제도는 19개부처 86개 법령에 80개의 법정인증제도와 60개의 민간인증제도 등 총 140여개가 시행중이다. 이 때문에 기업에는 인증제도 중복에 따른 부담이 크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인증제도로 인한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 원장이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총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이공계 인력 양성의 방법으로 ‘수요와 공급의 매칭’전략을 들었다. “더 이상 공허한 이공계 인력 양성 목소리는 의미가 없다”는 최 원장은 “이공계의 수요를 바탕으로 국가에 대형 또는 전략적 측면에서 이슈를 던져 이에 맞는 인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는 이어서 “미국에 NASA가 있어 그곳으로 전세계 우주항공 분야의 고급인력이 몰리듯, 우리나라도 이공계생들에게 무언가 계기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제안해야 중장기적으로 우수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유학(위스콘신대)중 경제학을 공부하고 과기·산자·정통 업무를 수렴한 그는 “과거에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만 갖추면 됐지만 이제는 금융·마케팅 등을 종합한 국제경쟁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허·표준·디자인 등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갖춘 우수 테크노크라트가 국내에도 다수 배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최갑홍 원장은>

●인생모토

-네가 처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라. 환경이나 조건을 탓하지 말고 주어진 여건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라는 뜻.

●인생에 변화를 준 사람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인간의 생명과 가치를 존중히 여기며 처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위대한 국가 지도자가 된 에이브라함 링컨.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주어진 여건하에서 최선을 다함. 지금도 링컨의 전기를 애독하고 있음

●이공계에 하고 싶은 한마디

-인류 문명의 발전은 곧 이공계 사람들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이다. 기술혁신의 핵심은 곧 창조적인 이공계 인력의 손에 달려 있다. 맡은 분야의 업무로 세계를 조망하는 폭 넓은 전문성과 국제감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확보하라.

●주요 이력

△1977년 제13회 기술고시(전기직) 합격 △1994∼1999년 초고속기획단(정통부)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2000∼2004년 국제표준화기구(ISO) 파견, 신성장산업연구팀 △2004∼2006년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실(부이사관) △2006년6월∼현재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