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업계 "정치가 뭐기에…"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네티즌의 폴리티켓(Politiket)에 게임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인터넷상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이나 흑색선전을 금지한 현행 선거법 규정에 따라 온라인게임까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몇몇 온라인게임상에 급속 유포되고 있는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 함에 따라, 성인층 위주의 이용자를 가진 온라인게임은 울상인 반면 청소년·어린이층이 두터운 온라인게임은 상대적으로 반색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들어 온라인게임 이용자층이 30∼40대까지 빠르게 확대되면서 넉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이 이래저래 온라인게임업계엔 적잖은 ‘악재’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롤플레잉게임(RPG)·고포류서 극성=최근 문제를 빚은 RPG게임의 대표격인 L게임 에서는 자신의 정치색을 강하게 가진 30·40대 게임이용자들이 ‘○○가 되면 나라 망한다’ ‘▽▽당은 공성전으로 쑥대밭을 만들어야한다’ ‘△△후보가 돼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 상대적으로 게임내 이용자 연령층이 높고, 체류시간이 긴 RPG나 고포류게임 내에서 잦다.

업계에선 몇몇 RPG나 H·P 등 고포류게임의 주 이용자층이 호남과 영남 등 지역적으로 명확히 갈라져 있는 것도 이같은 준 정치행위를 부추기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해당 게임업체들은 이 사태이후 자칫 엄한 불똥을 맞을까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 최근 부쩍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청소년·어린이들은 ‘강퇴’ 대상=반면 청소년·어린이들은 게임내 이같은 정치적 발언을 기피 대상 1호로 꼽고 있다.

어른이 무심결에 게임내에 섞여 있는 어린이들에게 정치색 섞인 말을 걸었다가는 곧바로 ‘강제퇴장(강퇴)’ 당하기 일쑤다. 게임은 게임으로 즐겨야지, 정치의 장이 돼선 안된다는 이들의 논리가 룰로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성인층 위주의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업체들이 모니터링이나 안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정치 행위 확산을 막아야하는 부담을 지고 있는 것과 달리 청소년·어린이 위주 게임은 자체 자연정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폴리티켓’ 지키자”=게임내에서의 정치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거세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어야 할 게임에까지 현실 정치를 이입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데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회사원 박 모씨(34)는 “요즘들어 부쩍 게임내 아이디나 발언이 정치색을 띠는 형태로 바뀌어 있는 것을 느낀다”며 “현실에서의 관심이 자신의 분신처럼 살아있는 게임에까지 옮아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게임은 게임 자체의 재미로 즐기고 조금씩 게임내 정치예절(폴리티켓)을 지켰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선관위를 비롯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게임물등급위원회 등 관련 기관은 오는 12월 대선까지 온라인게임내 각종 정치 행위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및 단속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