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 한잔] 삼성전자 석준형 차세대연구소장

 “이제 연구개발(R&D) 뿐만 아니라 사업화까지 생각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신수종 사업을 보다 구체화하겠다는 포석이지요.”

 삼성전자가 이달 초 설립한 차세대연구소를 맡은 석준형(58) 삼성전자 LCD총괄 부사장은 차세대연구소 설립에 대해 “삼성전자의 R&D 전략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생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연구소는 최근 LCD연구소가 간판을 바꿔 달면서 새롭게 출범한 연구소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태양광에너지 등 반도체와 LCD를 이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특명이 주어졌다.

 석 부사장은 “그동안 신수종 사업에 대한 연구는 끊임 없이 진행됐지만 그야말로 순수 R&D 수준에 머물렀다”며 “차세대연구소에서는 R&D 개념이 아니라 R&D·B(Business) 개념으로 전환해 사업화까지 함께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석 부사장은 지난 96년 입사한 이후 11년간 줄곧 삼성전자의 LCD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신기술 연구를 진두지휘해 온 주인공이다. 세계 최대 A4 사이즈의 컬러 전자종이, 세계 최대 40인치 흑백 전자종이, 세계 최대 40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LCD까지는 원천기술을 일본 업체들이 개발하고 삼성전자는 이를 활용한 제조 기술에 R&D 역량을 집중한 것이 사실”이라며 “OLED, 플렉시블 전자종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는 뒤를 따라가며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 부사장은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OLED에 대해 “그동안 연구 모드에서 이제 상용화를 준비하는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며 “조만간 상용화 수준의 14인치 AM OLED TV패널의 시제품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가 올 하반기 11인치 AM OLED를 양산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도 이미 기술력에서는 뒤처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디스플레이의 미래에 대해 ‘언제(Anytime)’ ‘어디서(Anywhere)’ ‘어떤 크기(Anysize)’든 모두 구현하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때문에 그가 궁극적으로 상용화에 도전하는 것은 기존 상식을 뒤집는 ‘프린터블(Printable) 디스플레이’다. 현재 LCD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초박막트랜지스터(TFT)를 증착하는 반도체 공정이 필요하지만 유기물 트랜지스터를 이용해 도장을 찍듯 패턴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디스플레이를 생산한다면 생산원가는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리라는 것이다.

 석 부사장은 “프린터블 디스플레이가 구현되면 마치 신문이나 잡지를 들고 다니듯 자기가 원하는 크기에 저렴한 디스플레이를 마치 소모품처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기초 연구 수준이지만 2015년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01년 모두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린 40인치 LCD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LCD TV 시대를 연 감격은 두고두고 못 잊을 것”이라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도 지금은 불가능해보이지만 10년, 20년이 지나면 결코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