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가상화가 침체에 빠진 컴퓨팅 업계의 구원투수로 떠올랐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가상화업체 VM웨어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가상화가 컴퓨팅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개 컴퓨팅 업체에 불과했던 VM웨어가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80% 가량 폭등하면서 미국 증시에선 ‘제2의 구글’로까지 비춰지고 있다. 세계 최고의 투자감각을 갖춘 미국의 투자자들이 가상화라는 기술에 검색기술 이상의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상화란 물리적으로 다른 시스템을 논리적으로 통합하거나 하나의 시스템을 논리적으로 분할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케 하는 기술을 말한다.
VM웨어 상장과 함께 가상화 대세론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간 컴퓨팅 시장이 운용체계(OS)를 중심으로 움직였으나, 앞으로는 자원 효율성을 강조한 가상화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투자회사인 매트릭스파트너스는 “가상화 기술은 차세대 OS”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그간 OS 시장을 지배해왔으나 다음은 가상화 차례”라고 밝혔다.
가상화는 현재 서버와 스토리지 같은 하드웨어에서 시작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보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컴퓨팅 전 분야에 걸쳐 적용되고 있다. 가상화는 총소유비용(TCO) 절감 차원에서 유용하기 때문이다.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35대 서버를 2대의 서버로 통합 LG생활건강 관계자는 “LG CNS 데이터센터에서 3개의 랙을 써왔으나, 가상화를 통해 1개로 줄였다”며 “2대의 통합 서버를 여의도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재부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컴퓨팅 업계도 가상화 기술 개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은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오라클오픈월드상하이’에서 아태지역 연구개발(R&D)센터를 연결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상화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EMC 등 세계적인 컴퓨팅 업체들도 가상화를 자사의 핵심 기술 전략으로 삼고 신기술과 신제품을 연일 쏟아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애플리케이션과 보안 업체들까지도 가상화 경쟁에 가세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서버 가상화 시장은 지난 2005년 140만대를 규모를 형성한 후 매년 40% 가량의 고성장을 거듭해 79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진용 한국IDC 연구원은 “가상화 솔루션을 적용한 서버 통합을 통해 시스템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검증되면서 매년 가상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시장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컴퓨팅 업계 관계자들은 VM웨어의 상장과 함께 가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상화를 축으로 컴퓨팅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장동인 제이디아이파트너스 사장은 “VM웨어의 상장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어도비에 이어 소프트웨어 상장사 중 5위로 뛰어올랐다”며 “가상화가 컴퓨팅 시장의 핵심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