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을 벗지않는 CEO들

 ‘우리 사장님은 공장으로 출근합니다’

 PC 주변기기업계 CEO들이 여름휴가도 반납한 채 작업복을 벗지않고 국내외 현장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매월 방문일자를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생산공장을 오가는가 하면 아예 한 달째 현장으로 출근하는 사장도 있다. 땀에 배인 작업복 차림으로 조립라인에서 직원들의 바쁜 일손을 거드는 등 ‘동락’하며 공장일을 직접 챙기고 있다.

 김성기 비티씨정보통신 사장의 요즘 근무지는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봉담공장이다. 직원들은 ‘작업복이 정장인 사장’이라고 부르고 있다. 김 사장이 분당 본사를 찾는 날은 일주일에 이틀 정도. 마케팅과 영업에 관한 보고를 받거나 결재를 한다. 지난달부터 온·오프 시장에서 쏟아지는 주문량과 다품종 소량주문이라는 시장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공장으로 내려가 생산과 품질관리를 직접 챙기고 있다.

 김 사장은 “22인치의 경우 온·오프라인 주문량이 몰린 지난달에는 제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다”며 “시장 영업·마케팅도 매출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품질관리 또한 중요성이 더욱 필요로 하는 만큼 현장경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은 국경을 넘나들며 현장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우 회장은 프린터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생산라인이 있는 중국 칭다오와 한국 아산공장을 오가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담당 본부장으로부터 생산전략을 보고 받은 이후 생산직 사원들과 함께 공장에서 점심을 같이하는 소탈한 우 회장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다. 기술은 현장에서 나오고 품질은 생산직원들의 마음에서 관리된다는 그의 지론이 담겨져 있는 행보다. 우 회장은 “잘나가는 제품도 관리와 개선이 없으면 레드오션으로 멈추게 된다”면서 직원들의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정광은 한국후지제록스 회장도 인천공장에 매월 정기적으로 출근도장을 찍는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해결하는 ‘삼현주의(三現主義)’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제품 설계와 생산에도 직접 참여하며 품질, 비용, 프로세스 등 경쟁력 확보에 매진할 것을 주문한다. 특히 후지제록스 그룹 내 중국 등 타 생산거점과 차별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품질’ 부분에 대한 중점적인 관리를 계속해 오고 있다.

 윤춘기 대우루컴즈 사장도 한 달에 4회 정도 구미·안성공장을 방문,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객지생활을 하고 있다. 대우전자 모니터 사업부 총괄팀장 시절부터 이어지고 있는 그의 현장경영은 정기회의를 통해 직접 보고받은 사항을 결제하고 투자까지 실행에 옮기는 원스톱 의사결정 시스템이다. 이는 경쟁사보다 제품 생산에서 출고기간을 단축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자 하는 그의 경영의지다.

 윤춘기 사장은 “CEO들이 생산라인을 직접 찾아 임직원과 호흡을 같이하려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이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생산공장 방문을 더욱 확대해 밀착지원하는 현장중심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