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의 자존심인 소니마저 우리나라 TV 시장에서 백기를 들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소니코리아는 최근 국내 최대 유통채널인 할인점 3사에서 전면적인 철수를 단행한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24개 소니매장 가운데 16개를 완전 철수 하기로 했으며 롯데마트에도 자진철수를 요청, 현재 매장 정리를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현재 소니 매장을 운영 중인 60개 점포 가운데 판매실적이 극히 저조한 곳을 선별, 매장을 철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소니코리아는 이윤율이 박하고 비용부담이 큰 할인점·양판점 대신 백화점과 직영 대리점 위주로 영업전략을 선회하기로 하고 올해 들어 롯데백화점부터 직영 체제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전국 23개 롯데백화점의 소니 매장 가운데 현재 수도권 8개 점포만 직영점으로 전환하는 데 그치고 있다.
소니가 할인점 영업 철수를 단행한 데는 삼성·LG전자와 워낙 가격경쟁이 치열한데다 국내 업체들에 비해 물류·사후서비스(AS) 등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가 야심차게 선보였던 브라비아 TV도 지난해 초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LCD TV 시장에서 연간 5%에도 못 미치는 시장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보급형 제품도 판매가 부진하지만 주력 모델은 국산에 비해 워낙 비싸 최소한의 매출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할인점 입장에서도 팔리지 않는 제품에 매장 공간을 할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니코리아는 이번 할인점 정리작업을 계기로 국내업체와 가격경쟁을 피하면서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대안을 고심 중이다. 이순원 소니코리아 부사장은 “그동안 판매부진이 원인이긴 해도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면서 “전면적인 철수는 아니고 오는 10월께 신모델이 대거 출시되면 그때까지 매장을 유지하고 있는 점포와는 새로운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마트의 일부 매장에서 신모델 판매를 재개하더라도 종전처럼 삼성·LG전자와 출혈식 가격경쟁은 지양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양판점과도 보급형 제품 대신 신모델 위주로 가격·마케팅 정책을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방송장비를 제외한 국내 가전·전자제품 시장에서 TV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만큼 주력품목인데다, 할인점은 오프라인 유통채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이어서 이번 철수 작업의 여파는 일본계 가전업계의 고전을 상징하는 사례로 주목된다.
서한·김유경기자@전자신문, hseo·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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