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IT코리아2.0](3부)IT는 36.5℃⑥수평 규제로의 전환

 통신·방송 융합시대에 걸맞은 행정기구 개편작업에서 각각 절반씩 지분을 가진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통신과 방송으로 나뉜 기존 칸막이식 수직 규제를 철폐하자”고 입을 모은다. 통신과 방송을 포괄하는 수평 규제체계를 마련할 때라는 것. 이를 위해 서로 다른 정책적 이념과 논리를 바탕으로 펼쳐온 각자의 규제체계를 공통의 틀 안에 묶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도 전개했다. 그러나 큰 흐름과 변화를 공통으로 이해하는 것과 달리 각론에서는 △‘두 개로 하자’는 정통부 제안과 △‘세 개가 좋다’는 방송위 주장이 서로 어긋난 상태다. 정답은 무엇일까.

 ‘두 개, 즉 △콘텐츠와 △전송으로 크게 나눕시다!’

 규제 완화와 시장경쟁 활성화로 이어지는 통신·방송 시장의 큰 흐름에 걸맞을 규제체계는 단순해야 한다는 통신산업계 시각의 발로다. 콘텐츠 제작·편집과 공급 서비스, 통신·방송 네트워크(플랫폼)와 서비스 등 큼직하게 두 꾸러미로 묶어내자는 것.

 이를 통해 통신망과 방송망을 같은 계층으로 인식해 간섭(규제)을 최소화하면 실질적으로 수직적 칸막이가 사라지는 효과가 예상된다. 칸막이가 사라지면 통신에서 방송으로, 방송에서 통신으로 자연스러운 교차 진입이 일어나 시장 역동성이 좋아져 소비자 편익이 증대할 것이다.

 물론 이는 방송위의 주장과 어긋난다. 방송위는 2개로 크게 분류하자는 주장을 ‘현행 통신사업 체계를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방송 분야로 옮기겠다는 저의’로 해석하고 있다.

 방송위는 이에 따라 ‘세 개, 즉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로 나누자’는 안을 마련했다. 자체 제작하거나 외부에서 받은 정보나 데이터를 편집·편성·구성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봤다. 다시 말해 소비자와의 계약으로 정보서비스와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역무)을 ‘플랫폼’으로 규정하며,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매개하는 것을 포함한 전기통신서비스를 ‘네트워크’라는 형태로 따로 분류하자고 제안했다. 문화관광부도 이 같은 규제체계에 기본적인 시각을 함께했다.

 통신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소비자 관점에서는 통신서비스·종합유선방송(SO)·인터넷TV(IPTV) 서비스 등 어떤 전송체계를 타느냐에 관심이 없으며 자신이 활용하고 즐기는 콘텐츠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며 “인터넷을 네트워크로, IPTV를 플랫폼으로 분류해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것에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시장에서 일어나는 융합현상을 제도(규제)가 완벽하게 포괄해낼 수 없게 마련이지만 기본적으로 방송과 통신을 구분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규제체계는 시대역행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KT와 같은 거대 통신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방송 분야로 전이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방송계와 통신산업계가 지금부터 함께 대비할 일”이라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경쟁행위를 막고 누구나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통신·방송망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영방송의 역할 재정립, 통신·방송용 전파 재원의 효율적인 재분배, 객관적인 통신·방송 서비스 가격 규제 등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기 위한 근본적 융합형 수평 규제체계를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수평적 규제체계 관련 각부처 입장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문화관광부는 현행 수직적 체계를 수평적 분류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큰틀에는 동의하면서도 그 도입방식과 시기에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통부는 2분류, 방송위·문화부는 3분류를 주장한다. 각 기관의 의견을 정리해본다.

 <정보통신부>

 ◇바람직한 수평적 규제체계=방송통신 서비스를 ‘콘텐츠 사업’과 ‘전송사업(플랫폼+네트워크)’으로 2분류해야 한다.

 전송사업은 방송망과 통신망 구분 없이 통신망·인터넷망·케이블망·위성망·지상파전송망 등 모든 전송수단을 대상으로 경쟁을 활성화해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콘텐츠사업은 방송프로그램 및 정보서비스를 대상으로 언론의 다양성, 문화적 다원성 등 공익성 확보를 위해 일방향콘텐츠(방송콘텐츠 등)는 규제를 강화하고 양방향콘텐츠(UCC 등)는 규제를 완화하는 등 차별적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도입시기=단계적으로 수평적 규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사업자 개념을 두 단계로 나누는 과정에서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시장 충격도 크기 때문이다. 일단 IPTV 등 융합서비스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도입해서 통신 영역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융합서비스·통신을 거쳐 마지막으로 방송까지 수평적 규제체계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송위원회>

 ◇바람직한 수평적 규제체계=서비스 및 사업자 분류체계를 ‘네트워크’(전기통신서비스)와 ‘플랫폼’(방송·정보서비스), ‘콘텐츠’(콘텐츠 제작·공급 서비스)로 3분류해야 한다. 다만 수평적으로 동일한 계층에서도 서비스 특성 및 사업유형에 따라 인·허가제도를 차별화할 수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 사업은 진입에 규제완화 추세를 반영하되 대규모 회선설비를 보유했을 경우에는 인·허가 조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

 플랫폼 사업은 사회적 영향력에 따라 차등 규제해야 한다. 데이터를 편집·편성·구성해 제공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회적 파급효과가 다른 사업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또 콘텐츠 사업은 문화적 다양성, 소수 계층 보호, 지식재산권 보호 및 음란물 등을 규제해야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규제 완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도입시기=수평적 규제체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 융합환경에서 경쟁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사회 문화적 다양성 확대, 시청자 보호 및 접근권 확장을 위해서 규제체계 개편이 시급하다. 네트워크나 전송방식에 관계 없이 유사한 서비스를 일관된 방식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관광부>

 ◇바람직한 수평적 규제체계=‘네트워크’ ‘플랫폼’ ‘콘텐츠’ 3계층의 규제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방송위원회와 동일)

 네트워크 서비스는 설비보유 유형에 따라 허가·등록 등에 있어 차등 진입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설비보유했을 경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정경쟁이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플랫폼 서비스에서는 방송서비스(TV·라디오·데이터·멀티미디어방송), 정보서비스(ISP 등 기능별 분류)의 진입규제를 달리 해야 한다. 콘텐츠에서도 방송내용 심의규제 등은 사회·문화적 요구를 반영해 조정해야 한다.

 ◇도입시기=수평적 규제체계를 즉시 도입해야 한다. 방송통신 융합현상은 사회 문화 정치 등 다차원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진입규제 역시 이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해야 한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