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친환경 에너지와 만나다

 지난 5월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015년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면 엄청난 생태계 변화를 맞을 것이라며 인류가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8년밖에 주어지지 않았음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0.6℃ 상승했고 홍수와 가뭄, 빙하축소 등 이상기후가 발생해 생태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에너지원이 화석연료에 집중될 것이라는 배출 시나리오로 예측할 때 2100년 지구 평균온도는 최대 6.4℃ 증가하고 해수면은 최대 56cm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 평균온도가 6℃ 상승하면 지구는 2억5100만년 전 페름기 말과 비슷해져 현존 생물종의 95%가 멸종된다는 내용의 과거 학계의 주장에 비춰볼 때 이 같은 전망은 충격을 더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세계 인구는 4배가 늘어 65억명에 이르렀고 에너지 수요는 16배 증가해 연간 약 13조와트 규모가 됐다. 이는 곧 연간 3조달러에 달하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산업의 성장을 가져왔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한해 205억톤이 배출되고 있으며 2030년에는 437억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석유, 천연가스 등의 잔존량은 40∼60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환경오염과 함께 에너지 고갈이라는 두 가지 숙제가 인류 앞에 직면해 있다. 이것이 곧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바람의 모티브다.

 지구가 가진 에너지는 태양에너지(12만 5000조 와트/년), 수력에너지(0.5조 와트/년), 지열 에너지(12조 와트/년), 조력에너지(2조 와트/년), 풍력에너지(2∼4조 와트/년) 등이 있으며 현재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약 15%가 이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꿈의 기술로 평가받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접목이 시도되고 있는 나노기술(NT)이 기존 연료의 효율성 제고와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의 노력과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나노기술을 이용한 에너지 연구는 안전성 제고와 재생을 통한 경제가치 창출 등을 목표로 발광다이오드(LED), 수소연료, 태양전지 등 분야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나노와 만난 LED는 적은 에너지로 더 큰 조명효과를 보여 2027년까지 기존 제품 대비 50% 이상의 에너지 소비절감 효과를 내며 연간 5억배럴의 석유를 절약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수소연료 자동차에 사용될 수소저장 물질, 각종 자동차용 소재, 정유촉매 등에도 탄소나노튜브(CNT) 등 나노 기술·소재를 접목한 활용도 연구되고 있다.

 태양이 가진 에너지를 제대로 활용하면 하루 만에 전세계 인구가 27년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무공해 청정 에너지인 태양을 이용하기 위한 태양전지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분야보다 높다. 나노기술은 태양광 흡수를 위한 면적을 넓히거나 에너지 변환효율을 높이는데 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광합성을 본뜬 분자 클러스터 △반도체 나노구조와 금속을 결합한 광촉매 및 연료 △양자점 과 양자선 나노구조 반도체 응용 태양전지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이조원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생기는 벤처의 상당수가 태양전지와 관련돼 있을 정도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매우 크다”며 “아직은 많은 비용이 요구되지만 우리나라도 에너지·환경 분야에 미칠 나노기반기술의 엄청난 영향에 주목하고 중장기 연구와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