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게임 대한민국`](10)중소업체 글로벌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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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수출도 ‘선단’ 시대다.’

 아무리 큰 배일지라도 한 척에 실린 상품으로는 세계의 입맛을 다 맞출 수도, 전부 성공할 수도 없는 일이다.

 큰 배, 작은 배로 선단을 만들어 ‘이런 게임’ ‘저런 게임’들이 한꺼번에 실려나갈 때 대양의 파도를 넘어 새로운 시장에 닿을 수 있다. 중소게임업체들의 파상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잇따른 승전보가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활로 개척에 더 없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동안 선도 기업들이 많은 시행착오와 투자로 항로를 뚫은 것이 1단계에 해당한다면, 최근 중소업체들의 잇따른 해외시장 성공은 국산게임 글로벌화의 2단계 진입으로 분석된다. 미국·일본산 게임이 지구촌 누구에게나 ‘플레이해 보고 싶은’ 조바심을 주듯, ‘메이드 인 코리아’가 게임 자체의 가치와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3단계 성장 전략의 중요한 고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자체 개발한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데카론’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게임하이(대표 권종인)는 이탈리아 디지털브로스를 퍼블리셔(유통·배급사)로 삼아 유럽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달 말 디지털브로스 고위 경영진이 방한해 ‘데카론’의 유럽 현지화 및 서비스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디지털브로스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미르의전설2’를 유럽에 퍼블리싱한 인연을 갖고 있어 이번 방한기간 중 위메이드와 추가적인 신작 퍼블리싱 계약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한국에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게임하이의 1인칭슈팅(FPS)게임 ‘서든어택’도 중국·일본시장 서비스에 이어 FPS게임 본고장 북미시장 공략에 곧 나선다.

 올해 창업 10주년을 맞은 조이맥스(대표 전찬웅)는 강산이 한번 바뀔 동안 악전고투 끝에 만들어낸 ‘실크로드온라인’으로 요즘 북미·유럽시장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북미·유럽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월매출이 15억원을 넘어섰고, 조만간 20억원선을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업데이트한 ‘실크로드:유럽’편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세계 최대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사이트인 ‘유튜브’까지 후끈 달아오르고 만들고 있다.

 창업 10년 동안 좌절하지 않고, 마침내 게임 본고장에서 더 열광적으로 통하는 게임을 만들어낸 조이맥스에 국내 경쟁업체들로부터도 찬사가 쏟아질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엠게임(대표 권이형)은 한국 중견업체 중 가장 왕성하고 성과적인 해외시장 개척으로 이미 자체 항모급 기반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일본과 중국에 안정적인 기지를 확보하고, 현지 상용화 성공작을 다수 일궈냈을 뿐 아니라 북미시장에도 ‘넷게임(www.netgame.com)’을 론칭시켜 시장확대 중이다. 무엇보다 엠게임의 해외 강점은 하나의 획일화된 장르가 아니라, 다양하고 풍부한 라인업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엠게임의 이같은 저력은 나스닥 상장기업 CDC로부터 1500만달러의 투자 및 퍼블리싱계약을 따내면서 입증됐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는 캐주얼 농구게임으로 국내에서 스포츠게임 열풍을 일으킨 ‘프리스타일’로 북미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세계최대 퍼블리셔인 비벤디가 미국시장에 지난 5월부터 패키지 판매형식으로 ‘프리스타일’ 유통에 들어갔다.

 아직은 PC온라인이란 플랫폼적 이질성이 작용하고 있지만, 전국민 누구나 열광하는 농구를 소재로 한 만큼 시장확대는 낙관적인 상황이다. 농구라는 스포츠는 그들에게서 빌려왔지만, 농구 온라인게임은 한국이 먼저 만들어 그들에게 파는 ‘즐거운 뒤집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 온라인게임의 해외 성공담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온라인댄스게임 ‘오디션’이다. T3엔터테인먼트(대표 김기영)가 개발, 예당온라인(대표 김남철)이 전세계 퍼블리싱하는 ‘오디션’은 현재 상용서비스중인 국가만 중국, 일본, 대만, 미국, 브라질, 태국 등 9개국이다. 해외 판권계약금 뿐 아니라 러닝로열티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정환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몇년 전만 하더라도 외국에서 한국산 게임하면 MMORPG밖에 없는 줄 알았다”며 “잇따른 중소업체들의 해외시장 성공은 장르의 다변화뿐 아니라, 한국산 게임의 다양한 강점을 해외가 발견하는 긍정적 변화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수출 국가 많으면 성공?

 몇년 전까지만 해도 국산 게임 해외수출의 성과를 내놓을 때 가장 많이 쓰인 데이터가 바로 수출 국가수 였다.

 지금도 흔히 쓰이지만, 실효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전 세계 50∼60개국 진출이라는 국가수가 일견 엄청난 듯 하지만, 진출한 개별 국가에서 여느 상품처럼 수지타산이 맞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산 게임 최대 진출국 기록을 가졌다는 온라인게임 R의 경우, 인도시장에 진출했다며 진출국 수에는 3∼4년전부터 포함시켜 왔지만 실제 현지 이용자수는 수백명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서버 구축 비용은 고사하고, 계약을 위해 오갔던 비용조차 뽑지 못하는 초라한 수준이다.

 또하나 세상을 놀라게하는 기록의 수치들이 있다.

 온라인게임에만 활용되는 시장반응 데이터인 최고 동시접속자수다.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해외시장 진출뒤 어느정도 안정화기간이 지나면 현지 동시접속자수를 발표하며 자사 게임의 인기도를 내세운다.

 하지만, 업체별 발표 수치에 약 20∼30% 이상의 ‘거품’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행처럼 통하고 있다.

 특히 중국처럼 부풀려지기 쉬운 환경에서 발표된 동시접속자수가 10만명이라면, 실제 동시접속자수는 기껏해야 6만명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 게임산업도 ‘실리’를 먼저 챙기고, 중시해야할 때가 온 셈이다.

 어느 산업에서나 마찬가지로 월평균가입자당매출(ARPU)는 해외시장 성과를 나타내는 데도 아주 유효한 기준이될 수 있다. 회원수, 동시접속자수 등도 ARPU가 뒷받침될 때 실질적인 실적데이터로서 가치를 갖게 된다.

 외국 현지 퍼블리셔나 서비스법인과의 공동 발표 형식을 빌어 시장성과를 분기·반기별로 정례적으로 내놓을 필요도 제기된다. 단순한 경쟁 우위를 확인하자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산업의 해외시장 성과에 대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과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알림

‘다시뛰는 게임 대한민국’ 기획은 지난 10회 동안 1부 형식으로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화 전략과 그 중요성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다음주부터 10회는 국내 산업 틀을 바꾸고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이슈와 쟁점을 다룰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보를 기대합니다. content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