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형래의 SF영화 ‘디 워’가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이무기와 용을 처리한 컴퓨터그래픽(CG)이 단연 화제다. 국내 CG수준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반박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지난 6월 이 같은 국산 CG기술의 실력을 알려주는 조용한 사건이 있었다. 국내 CG 3사가 할리우드 영화 한편의 전체 CG작업을 책임지고 맡아 수주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제작되고 있는 성룡·이연걸 주연 영화 ‘쿵푸의 왕’(포비든 킹덤)의 CG작업을 국내 업체들이 담당하게 된 것. 이 같은 성과를 이끌어 낸 주역은 바로 DTI, 매크로그래프, 푸티지 등 세 회사.
이중 DTI(대표 이윤석 www.dtipictures.com)는 지난 2003년 영화 ‘장화, 홍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줄곧 영화 CG만을 고집하며 국내 정상급 기술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이윤석 사장은 창업 동기에 대해 “일본에서 CG를 전공하고 관련 회사에서 수년간 일했던 실력있는 후배들이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며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일을 해 보자는 결심으로 뛰어들게 됐다”고 회고했다.
DTI는 원래 CG·애니메이션업체인 디지털테트라의 한 부서였으나 해외진출 등을 염두에 두고 지난 5월 독자적 사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동안 이 회사의 CG기술이 선보였던 영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난해만 해도 ‘중천’ ‘한반도’를 포함해 총 12편의 작품에 DTI의 기술이 들어갔다. 매 작품마다 심혈을 기울여 작업을 하기에 모든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는 DTI의 직원들.
이 사장은 “마침내 할리우드 진출이라는 성과까지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중천’과 ‘포비든 킹덤’의 CG 프로듀서인 스티븐 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천은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노리고 DTI가 가지고 있는 실력을 발휘했다”면서 “스티븐 한이 많은 도움을 줬기에 할리우드 측 제작사에 우리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고 했다.
이 회사의 최대 강점은 대다수 창업 초기 멤버들이 그대로 남아있어 베테랑급 기술진의 노하우가 살아있다는 안정성이다. 자연히 기술진의 탄탄한 팀워크가 돋보인다.
DTI가 역점을 두는 또 다른 부분은 협력업체와의 네트워크다.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 수행에 공동작업은 필수적이다. 이 사장은 “‘중천’과 ‘포비든 킹덤’ 모두 DTI가 컨소시엄을 통해 다른 CG업체와의 협업을 하지 못했다면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작업 수행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올 추석 연휴에는 극장가에서 DTI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사장은 “나문희, 유해진, 강성진 주연 코믹물인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마지막 액션신에 DTI의 화려한 CG기술이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영화의 본고장에서 인정받는 우리 기술을 펼쳐 나가면서 국내외 영화에 특수효과를 한껏 펼치는 것이 DTI의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설성인기자@전자신문,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