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끄는 이공계 사람들](3)이상철 광운대 총장

 그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이공계 사람’이다. 그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와 듀크대에서 각각 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현지 IT업체 연구원 생활을 거친 그는 귀국 후 KT와 KTF 대표이사,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으며 지금은 IT특성화대학을 표방한 광운대 총장을 맡고 있다. 지난 67년 서울대 입학 후 40년간 단 한순간도 이공계와 멀어진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전형적인 ‘이공계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지난 1990년대 후반 KTF 초대 사장 재임시 ‘소리가 보인다’라는 광고 카피를 몸소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후 99년에는 KTF의 코스닥 상장, 2002년에는 KT 민영화를 잇따라 성공시키는 등 공학도의 한계를 뛰어넘어 경영·인문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했다.

 이상철 광운대 총장(59). 그는 IT업체 엔지니어로 시작해 통신서비스업체 CEO와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대학 총장으로서 대한민국 이공계와 함께 했다. 그는 국내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서비스가 태동하는 현장에 있었다. 통신업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번호이동성제도’ 도입 순간에도 그가 있었다. 혹자는 그가 가는 곳마다 ‘최초’와 ‘혁신’이 뒤따랐다고 평했다.

 이 총장이 이같은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인생에서 ‘멀미’를 하지 않기 위해 주체성을 가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운전자가 멀미를 하지 않는 것처럼 인생도 자기주도적인 사람은 결코 좌절하지 않고 멀미도 겪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위기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정통부 장관 재임시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이 발생했다. 여유로운 주말, 국내 모든 인터넷망이 사실상 마비돼 국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그 여파는 단순한 생활의 불편을 넘어 산업적으로도 치명적인 결과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때 이 총장은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주말 사이 정부 유관기관과 보안업체를 동원해 수습작업을 지휘하고 초대형 서버를 긴급 증설했다. 천만다행으로 월요일 아침 인터넷 문제는 해결됐고 이 총장도 정통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었다.

 KT 사장 시절 초고속인터넷을 대중화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ADSL장비를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도입해 후방 산업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비난도 있다. 그는 “그때 서서히 경쟁력을 높였어야 장비업체의 어려움이 없었을텐데 정말 그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그렇게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발전은 적어도 3년은 지연됐을 것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지난 2005년 광운대 총장에 취임, 교육자로 새출발한 그에게 이제 가장 큰 목표는 문제해결 능력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그는 “지식은 시대에 따라 바뀐다”며 “중요한 것은 어떠한 문제에 부딪혔을때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따뜻한 인성도 이 총장이 공학도들에게 주문하는 덕목 중 하나다. 인간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기술을 뛰어넘는 폭넓은 사고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인생모토

-매화는 엄동설한에 움을 틔우고 한여름 햇빛 속의 그늘이 더 짙다. 가장 어려운 때가 새로운 희망이 싹트는 시기이고, 잘 나갈 때가 새로운 위기가 닥치는 신호임을 알아야 한다.

 ○인생에 변화를 준 사람

-장보고.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동남아까지 해상전을 장악한 위대한 전략가이자 무인인 동시에 사업가.

 ○이공계에 하고 싶은 한마디

-기술인은 한계가 있다. 기술과 함께 폭넓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자유,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는 따뜻한 인성을 고루 갖춘 다양한 인재로 스스로를 키워라.

 ○주요 약력

△1979∼1982년 미국 컴퓨터사이언스 책임연구원 △1982∼1991년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1991∼1996년 KT 통신망연구소장·무선사업본부장 △1996∼2000년 KTF 대표이사 △2001∼2002년 KT 대표이사 △2002∼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 △2003∼2004년 고려대 석좌교수 △2004년∼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현직) △2005년∼ 광운대 총장(현직)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