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한참 앞서 있을 것으로만 생각되던 한중 기술격차에 대한 중국기업의 인식은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KOTRA가 최근 중국기업 31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국기업이 평가한 한국과 한국기업 경쟁력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들은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간 기술력 격차 변화에 대해 50.6%가 중국이 한국보다 앞서거나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향후 중국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로 기업과 제품의 경쟁우위를 위한 신동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KOTRA의 이송 중국팀장은 “무역수지 흑자폭이 감소세를 보이고 외국인 투자 우대 혜택도 줄어들고 있어 기업과 제품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과거 미국이나 일본등 선진국 기업이 주름잡던 중국 시장에 중국기업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협력과 경쟁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우리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업종별로 보면 한국의 기술력이 중국을 앞선다는 응답이 제조업의 경우 서비스업보다 9.7%P 높은 49.6%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기업들이 한국기업에 대해 서비스업종보다는 제조업종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상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중 수교 이후 한국경제는 중국의 고도성장에 동반해 경제를 고도화시켰으나 앞으로는 경제성장세, 성장전략, 리스크 측면에서 중국의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술격차가 작고 경쟁력 확보도 어려운 분야의 경우 생산기능 등은 중국으로 이전하고 대신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한국 제품에 대한 인식은 호의적으로 나타나 중국 공략이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서는 54.5%와 14.8%가 ‘좋다’ 또는 ‘매우 좋다’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응답도 29.5%를 차지했고 ‘나쁘다’ 또는 ‘매우 나쁘다’는 응답은 0.9%에 그쳤다. 한국제품의 인상과 관련해서도 ‘좋다’(57.4%) 또는 ‘매우 좋다’(11.2%) 등 우호적인 의견이 68.6%로 나타났다.
중국기업들은 또 한국의 대표제품으로 IT제품(45.8%)을 꼽아 ‘IT 코리아’에 대한 이미지가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한국 대표기업의 업종과 일치해 국가 이미지와 기업이미지 간의 상관관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방증해준다.
한국 제품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대해서는 46.2%가 디자인이라고 답했고 34.6%는 품질을 꼽았다. 반면 가격이라고 답한 기업은 13.1%에 그쳐 품질에 비해 가격대가 다소 높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가격 책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후지원(AS)이라는 응답도 3.5%에 불과해 향후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제품 신뢰도에 대해서는 ‘매우 높다’(4.5%)와 ‘높다’(54.8%)를 포함, 59.3%가 신뢰한다고 답했다. 반면 37.5%는 ‘보통’, ‘매우 낮다’는 2.8%로 조사됐다.
KOTRA측은 “한국에 대한 중국기업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선진국과 중국 사이의 샌드위치 위협은 확대되고 있다”며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중국의 새로운 시장환경에 대한 적응 여부에 따라 기업과 제품의 성패가 가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에 대한 질문에는 77.2%가 삼성이라고 답해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또 중국에서 사업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한국기업으로는 삼성·현대·LG 등 3개사에 대한 응답이 전체의 94.4%를 차지했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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