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1일. 방학이라 학생들의 발길이 뜸한 경기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학 내 청강크리에이티브 리서치 센터(CCRC·센터장 나기용). 30도를 넘는 바깥 열기 못지 않은 열기가 리서치 센터에서 느껴진다.
지난 2005년 11월 29일 CCRC는 대학 교육과 업체가 필요한 역량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소한 산학협력센터다.
나기용 CCRC 센터장은 “4년제 중심의 학벌 위주 사회에서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이 취약하다”며 “산업대학이란 특성에 맞게 교육현장과 사업체 간의 매개고리를 만들자는 시도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초대 센터장은 애니메이션과 이경학 교수에 이어 지난3월부터 나기용 교수가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CCRC 내에는 애니메이션·만화·게임 3개의 스튜디오가 있다. 점심 시간 직후인데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든 공간에서 개발자들은 정신없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57명의 재학생및 졸업생들은 치약·칫솔 같은 생필품부터 아령 등 간단한 운동 기구까지 갖춰진 책상 등 방안의 분위기는 방학도 잊고 이곳에서 창작에 몰두하고 재학생 및 졸업생 57명의 생활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CCRC의 인력은 각 스튜디오를 총괄하는 교수와 졸업생인 연구원, 재학생이 참여하는 인턴십으로 나뉘어져 있다. 연구원들은 작업을 주도해서 진행하는 동시에, 업계와의 공동작업으로 쌓은 노하우를 재학생들에게 전수한다. CCRC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도 예닐곱명의 앳된 학생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 연구원이 작업하는 과정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 모습.
개소 초기에는 교수들이 학생들을 참여시킬 프로젝트를 끌어오기 위해 업체들을 찾아, CCRC 소개와 협력 취지를 설명하는 등 발로 뛰어야만 했다. 하지만 베데코리아와 산학협동으로 만든 ‘다다와 미미의 미술탐험대’가 호평을 받는 등 크고 작은 성과가 호평을 받자 최근에는 업체 측에서 일을 함께할 수 있겠냐며 먼저 연락할 정도로 CCRC는 설립 2년만에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이만큼 체제가 정비된 것은 방학 중에도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하는 학생들의 성실성이 뒷받침됐다. 학생들은 아무리 늦게 작업이 끝나더라도 정시 출근을 지킨다. 각자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단순히 경험을 쌓는 수준을 넘어 ‘일’로 보기 때문이다.
CCRC 설립 초기에 들어와 2년 째 연구원을 하고 있는 임찬수 2D 애니메이션팀장은 “사회에 나가기 전에 충분하 중간 훈련이 되기 때문에 힘들고 고생스럽더라도 후배들에게 CCRC 인턴십 과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인턴십을 뽑을 때 성실함을 가장 중시한다.
나기용 센터장은 “단순히 감각 있는 친구들보다 근성있는 친구들이 나중에는 더 많이 발전하는 모습을 본다”고 강조한다.
CCRC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2D스튜디오와 3D스튜디오로 나뉘어서 산학 프로젝트와 자체 기획물 제작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외부 공동 제작과 자체 기획물 제작의 비율을 반반씩 가져간다. 단순한 테크니션이 아니라 기획력을 갖춘 애니메이터를 키우겠다는 취지다.
게임개발자협회장인 김광삼 교수가 대표로 있는 게임스튜디오는 지오인터랙티브의 지원으로 모바일RPG 게임 개발 마무리 작업에 한창이다. 김 교수와 학생들이 만든 게임은 오는 9월 SKT에서 서비스된다. 주몽의 사진 만화를 작업했던 만화 스튜디오는 지금은 학습 만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열정만큼 빛나는 것이 교수들의 열정이다. 방학 기간이지만 애니메이션과 교수들은 다섯명 전원이 거의 매일 출근한다고 한다. CCRC의 작년 매출은 6억원이지만 교수들이 가져간 몫은 0원.
이경학 애니메이션과 교수는 “수익의 대부분을 연구원들 급여와 창작 지원금에 써도 빠듯하다”며 “설립초기부터 우리는 돈이 아니라 교육이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CCRC는 학교의 지원으로 내년 9월 130억원이 들어간 3000평규모의 새 건물로 옮긴다. 나기용 교수는 “기숙사 시설 등을 확충하고, 프로젝트 영역도 더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