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IPTV, 장미빛 꿈인가

[정보통신 미래모임]IPTV, 장미빛 꿈인가

 잠재력이 무궁한 IPTV가 우리 국가경제 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 정부 의사결정 및 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주관하는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성균관대 교수)은 22일 논현동 브이소사이어티에서 ‘IPTV, 장미빛 꿈인가?’라는 주제로 8월 정기 토론회를 가졌다.

박철규 국무조정실 방송통신융합추진지원단(이하 융추위) 정책산업팀장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이영희 KT 미디어본부장, 하나로텔레콤 정책기획실장, 김영민 셀런 사장의 패널토론까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회는 ‘꿈의 미디어’로 불리는 IPTV의 의미를 비롯, 통신과 방송업계간 논쟁의 핵심을 되짚는 뜻깊은 자리가 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도 정부 규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있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IPTV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방송업계와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형태의 상생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세계 경쟁력 1위=IPTV는 우수한 네트워크 인프라와 기술을 보유한 우리가 세계 1등국가가 될 수 있는 ‘최적의’ 분야다. 통신 및 콘텐츠산업은 물론, 음식·패션·스포츠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적인 파장효과도 크다. 그러나 통신 방송업계간 첨예한 의견대립과 정부 의사결정 지연으로 출발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IPTV 관련 법안 7개가 국회 방통특위에 병합 계류중인 상태. 국회 방통특위 및 소위가 연내 처리를 다짐하고 있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원내 제1당 복귀 및 한나라당 후보 경선이 끝나면서 9월 이후 새로운 추진 동력이 예상되지만 만의 하나, 새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에 발목잡혀=패널로 참여한 김영민 셀런 사장은 “모든 준비가 끝나 있지만 제도적·법적 문제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외국의 IPTV는 우리와 비교해 화질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전제하고, 며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 등 세계적인 기업이 우리나라를 IPTV 테스트베드로 구축하고, 성공할 경우 인터넷 기술과 콘텐츠 응용기술을 통째로 외국에 판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을 정도로 우리 IPTV 환경은 뛰어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영희 KT 미디어본부장도 “IPTV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업계 경쟁력은 최고인데, 규제 때문에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거들었다. IPTV 시장은 장미빛이지만, 정부 정책이 하루빨리 결정되지 않으면 장미빛 꿈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오명 건국대 총장도 의견을 같이해 “늦게 결정하는 것은 나쁜 결정보다 못하다”고 일침을 가하는 한편, 박철규 국무조정실 방송통신융합추진지원단 팀장도 “IPTV의 성격이나 적용법률 등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려 일거에 해결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규제 수준과 내용을 중심으로 결론을 내려 사업자들이 빨리 사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상생방안 마련돼야=IPTV는 특히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같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이 될 전망이다. 권역별 독점 사업자인 케이블 업계가 계속 이슈를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IT업계가 보는 시각은 달라 이영희 KT 미디어본부장은 “케이블TV가 IPTV로 인해 망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다”며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앞당기고 통방융합을 통해 전체적인 시장규모가 커진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세탁 한국경쟁력연구원 파트너도 “IPTV는 미래 먹거리”라며 “세계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지,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장세탁 파트너는 “미국 애플TV나 쥬스터, 구글의 경우 케이블 방송사를 주주로 받아들여 채널을 할당하는 형태로 방송사와의 대립각을 풀고 있는데, 이런 사례를 검토하는 것도 좋은 해결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IPTV에 대한 대국민 홍보 문제도 지적됐다. “IPTV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대중 홍보가 미흡하다”는 손대일 유비테크놀로지스 사장의 말에 한기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방송대학TV 감독도 같은 의견을 표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연사:박철규 국무조정실 방송통신융합추진지원단 정책산업팀장

통방융합 환경하의 정책의제 논의 기구로 지난해 7월 28일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이하 융추위)가 출범한 이후 다양한 논의를 거쳐 지난 4월 IPTV 도입 정책방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를 토대로 현재 국회 방통특위에 IPTV 관련 7개 법안이 병합 계류중이다.

융추위는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간 주요 쟁점인 △서비스 성격 및 적용법률 △인·허가 방식 △시장 지배적 통신사업자의 진입규제 △사업권역 등 8개 항목에 대한 입장을 다수·소수안으로 정리하되, 적용법률 문제는 통합기구 출범을 전제로 결정을 유보했다.

먼저 서비스 성격과 관련해서는 방송이 주이고, 통신은 부수 서비스라는 의견을 다수안으로 올렸다. IPTV는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면서 방송품질(QoS)을 보장한다는 ITU/T 정의를 수용한 것이다.

면허 방식에서는 통합기구를 전제로 방송통신위 허가를 받는 것을 다수안으로 채택했다. 기존 케이블 등 방송사업자와 유사한 수준의 진입규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계류 5개 법률안 모두 허가제 유지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IPTV는 전국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인터넷 네트워크로서의 특성을 감안해서 전국 사업권역이 융추위 다수안으로 채택됐다. 케이블TV 사업자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규제 형평성을 제고키로 했다. 현재 법률안 가운데 서상기 의원이 전국권역을, 손봉숙·지병문 의원은 지역권역을 명기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진입방식의 경우 융추위 다수안은 대기업, 시장 지배적 기간통신사업자 진입제한이 없다. 초기 서비스 활성화 및 유료 방송시장에 경쟁체제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봐서다. 홍창선·서상기 의원이 진입제한이 없도록 법률안에 제출한 반면, 이광철·지병문 의원은 대기업 49/100 초과 소유를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밖에 융추위 다수안은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1/3 초과 점유를 제한하도록 IPTV 시장점유율을 규제하고 있다. 적용법률과 관련해 홍창선·이광철 의원이 방송법의 특별법을, 서상기 의원이 제3의 법을, 손봉숙·지병문 의원이 방송법 내에서 하자는 안을 상정했는데, 융추위는 법안에 포함될 정책사안만 우선적으로 결정하자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국회에서 관련 법률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IPTV의 조속한 도입을 위해 적용법률이나 성격과 관련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실질적인 규제수준과 내용, 케이블TV 업계와의 관계정립일 것이다.

패널:이영희 KT 미디어본부장

IPTV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얘기하고 싶다.

IPTV는 시장과 고객이 원한다. 웹2.0도 그렇지만, IPTV의 VOD는 부가성이 있어서 소비자가 원하고, 실제 참여하려 하고 있다. 또 IPTV의 인프라인 IP망 자체가 HD급을 전송하는 디지털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인프라도 모두 갖춰져 있다. IPTV는 꿈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방송장비 업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IPTV는 실시돼야 한다. 한국은 규제 때문에 IPTV 서비스를 못하는 유일한 국가다. 현재 셀런과 같은 회사들이 IP셋톱박스를 수출하고 있는데, 정부에서 IPTV 규제를 풀지 않는다면 장비업계는 해외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케이블방송 가입자가 50만이지만, 대부분이 SD급이고 HD급은 1000 가입자에 불과하다. 소비자는 값비싼 디지털TV를 구입해서 아날로그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서라도 HD급의 IPTV가 제공돼야 하는 이유다.

케이블TV가 IPTV로 인해 망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다. 오히려 IPTV를 통해 콘텐츠 자체의 발전은 물론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가속화시키고, 통합 융합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

단순한 업계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경쟁력 확보 및 소비자 편익이라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IPTV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패널:박태영 하나로텔레콤 정책기획실장

실제 서비스를 하다 보면, 법령도 중요하지만 시행세칙도 만들어져야 한다. 또 기구법과 사업법이 동시에 마련될 필요가 있다.

IPTV 주요 쟁점 가운데 몇 가지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첫째는 VOD 방송 규제 문제다. VOD에서 내보내는 프로그램은 대부분이 방송심의를 거친 것들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보기 때문에 방송편성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 방송과 동일선상에서 VOD를 규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둘째는 전국권역이다. 전국에 초고속망을 갖고 있는 하나로텔레콤이 일부 지역에서만 IPTV를 서비스하고 나머지는 하지 않는다면, 서비스하지 않는 지역의 서비스는 자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번들 서비스 형태로 각 서비스들이 연계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역별로 제한을 둔다면 해당 지역에서 서비스하는 경쟁사에 가입자를 뺏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케이블TV 업계 실적이 악화된다고 하지만, 지난해 20.7%나 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MSO가 있었다. 평균 우량기업의 영업이익률인 10.3%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지역독점을 통해 상당히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 업계가 가입자에게 셋톱박스를 저렴하게 준다거나 하는 식의 투자는 찾아볼 수 없다. 올바른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

패널:김영민 셀런 사장

IPTV에 대한 근원적인 논의보다는 실질적인 결론을 내려 관련 업계가 사업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이미 5년 전부터 IPTV가 논의돼 왔지만, 당시는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망통신 네트워크와 셋톱박스가 발전하면서 IPTV는 충분히 현실화된 시점이다. 다만 규제 때문에 사업할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외국도 IPTV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우리만큼 이렇게 오래 끄는 곳은 없다. 덕분에 우리나라 장비업체들이 개발한 기술을 국내에 적용하지 못하고 유럽과 일본 등 해외 사이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대부분이 IPTV를 추상적으로만 아는데, IPTV는 케이블이나 위성방송과 같은 단방향 방송이 아니라 양방향 방송이다. 당장은 지상파 재전송이 중심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방송이 될 수 있다. 개인 특화방송도 가능하다. 퀴즈쇼 프로그램을 예로 든다면, 문제를 맞춘 사람에게만 답을 보여주거나 다음 문제를 제출하는 형태. 동일한 프로그램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 달리 구성되는 것이다.

현재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사업자들이 많은데, 법 지연으로 기술개발에 투자만 할 뿐 아직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렇게 가다가 채 꽃도 피기 전에 고사할지 몰라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