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IT코리아2.0](3부)IT는 36.5℃⑦보편적 접근권 보장

 다양한 미디어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시청자 및 사업자의 보편적 접근권에 대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시청자 및 사업자의 보편적 접근권에 대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케이블TV업계는 정연주 KBS 사장의 발언으로 심기가 불편했다.

 정사장은 케이블TV사업자들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청망을 훼손해 지상파를 제대로 볼 수 없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난시청 해결을 위해서는 공시청망 복구가 필요하며 따라서 시청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근거를 들기 위해서다.

 이에 케이블TV업계가 발끈했다. 10년간 공시청설비관리나 난시청 해소에 무관심한채 중계유선 또는 케이블업계에 의존해 방송을 내보내온 지상파 방송사가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는 자리에서 케이블업계를 공격하고 나선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시청자의 선택권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상파와 케이블TV에 이어 위성방송, DMB, IPTV까지. 바야흐로 방송시장은 이제 공급자 시장에서 소비자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처럼 수많은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소비자가 자신의 원하는 플랫폼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접근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간의 싸움이 더욱 격화되면서 이러한 시청자의 권리는 종종 무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공시청망(MATV)을 둘러싼 방송사업자간의 싸움이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개별가구마다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고 옥상에 공시청 수신설비를 설치해 각 세대로 전달한다. 공시청설비를 이용하면 많은 시청자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고 유지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같은 공시청망에 대한 방송사업자간의 싸움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모든 시청자들이 보편적인 서비스인 무료 공영방송을 볼 수 있도록 지상파에 MATV망의 점유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적인 서비스에 대해서 보편적인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대해 케이블TV업계는 공동주택의 공시청망은 현행 방송법상 케이블과 지상파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시청망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지상파가 난시청 해소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동안 케이블은 자기 비용을 들여 공시청망을 유지보수해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공시청망 이용에 대해 근거없는 비난을 하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한다.

 케이블TV업계는 정작 위성방송의 공시청망 이용에 대해서는 극렬히 반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는 사업을 개시한 2002년부터 공시청망 관련 기술을 개정해 위성방송도 추가해달가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케이블TV업계의 반대로 공시청망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의 반대요지는 간단하다. 위성방송은 위성 안테나를 통해 직접 수신하는 형태인데 공시청망처럼 유선망을 활용하면 케이블TV 사업과 다를 바가 없으며 역무 침해라는 주장이다. 결국 기득권을 지키려는 케이블TV업계의 반대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무시되고 있다.

 이같은 미디어간 싸움은 프로그램 공급에 있어서도 시청자의 보편적인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위성DMB 등 신생 미디어가 생겨날때마다 지상파 프로그램 전송을 반대하며 시청자의 볼 권리를 박탈하고 독점체제를 유지해왔다. 지상파 프로그램이야말로 정보복지 차원에서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가장 보편적인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하고 있다. 보편적인 서비스인 지상파가 자사의 프로그램을 새로운 뉴미디어에 공급하지 않는 사례는 보편적접근권을 가로막는 불공정행위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케이블TV업계도 마찬가지다.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압력을 가해 타 미디어에 프로그램을 공급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또 일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는 PP를 직접 설립, 운영하면서 타 미디어사업자에 대해서는 일방적으로 공급을 중단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공급 거절이나 독점계약은 경쟁저해로 인한 시장 실패의 가능성 뿐 아니라 시청자의 시청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보편적인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의 경우 보편적 접근권 개념을 도입해 시청자의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각기 프로그램 접근규칙이나 보편적 접근권과 같은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장치를 제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 접근규칙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신규매체 및 서비스의 도입 못지 않게 방송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업자간 공정경쟁의 원칙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방송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보편적인 접근권은 사업자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가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의미”라고 말했다. 보편적인 접근권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립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