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정보화 투자 예산을 올해 규모인 9300여억원 수준으로 책정할 계획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경영 실적 부진 탓에 지난 2분기 영업이익 9100억원을 달성,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영업이익이 1조원 이하로 떨어지자 내년 정보화 예산을 올해 규모로 동결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삼성전자는 신속한 의사 결정 지원과 업무 생산성 확대 차원에서 최근 수년간 주요 정보화 사업의 예산을 매년 7% 이상 늘려 국내·외 사업장의 정보화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투입해 왔다.
삼성전자 올해 정보화 예산 규모는 전체 매출 목표(63조6000억원)의 1.5%선으로 글로벌 기업의 정보화 투자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내년 정보화 예산은 따라서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 매출 증가세에 비해 정체 혹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삼성전자가 내년 매출 성장 목표를 올해 목표치인 8%보다 저조한 최소 4%로 잡았을 경우 그간의 전체 매출 대비 정보화 투자 예산율 추이를 감안하더라도 내년 매출 정보화 투자 예산은 1조원을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내년 정보화 예산을 올해 규모로 동결키로 함에 따라 9300억원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내년 정보화 투자 예산 방침을 동결 등의 보수적인 정책 기조로 잡은 가운데 정보화 담당 관계자들이 예산안을 신중히 내부 검토하고 있다”며 “10월께 예산안을 확정할 것이지만 크게 예측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의 눈>
삼성전자의 정보화 분야 투자 증가세가 7년만에 처음으로 한 풀 꺾일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정보화 예산 기조를 보수적으로 잡은 데는 경영 실적 부진에 따른 비제조 부문 비용(R&D제외)를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투자 대비 생산성(비용절감) 효과를 더 중요한 투자 잣대로 여기는 기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삼성전자의 대형 정보화 사업들이 일정 부분 마무리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정보기술(IT)서비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2000억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통합 전사적자원관리(ERP) 사업을 본격 착수하려면 당분간 대형 정보화 사업은 발주하지 않은 채 유지 보수 투자에만 주력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컨설팅·시스템통합(SI)·소프트웨어 등의 IT 서비스 업체들은 내년 사업 목표 달성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대기업 사이에 정보화 예산 동결 분위기가 잇따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중소 SW업체 한 관계자는 “올해 당초 예정된 삼성전자의 일부 정보화 사업 발주 일정이 조금씩 뒤로 미뤄지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삼성전자의 내년 정보화 예산 동결 분위기가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어 경영 목표 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