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량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복구할 수 있는 차세대 백업시스템 도입이 금융에 이어 제조분야로 확산됐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자동차·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 대표적 제조업체들이 백업시간 단축, 성능 개선, 백업 안정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디스크 백업 기반의 테이프가상화기술인 ‘가상화테이프라이브러리(VTL)’를 잇따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전통적인 테이프 라이브러리 시장의 강세에다 비용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주저했던 VTL 도입이 본궤도에 접어들 전망이다. 특히 VTL은 최근 디스크 가격이 최근 20% 정도 하락한데다 ATA 기반의 저가형 디스크들이 다량 출시돼 디스크 백업의 도입 장벽을 낮추고 있어 성장이 더욱 기대된다.
◇VTL, 차세대 백업 장비로 급부상=VTL은 중복제거솔루션, 콘텐츠 관리솔루션 등과 함께 차세대 백업시스템의 핵심으로 불린다. VTL은 디스크를 가상 테이프로 인식하면서도 디스크 스토리지의 장점을 그대로 발휘, 백업과 복구 성능이 낮고 백업 실패율이 높은 테이프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강점이다.
당초 데이터 폭증과 컴플라이언스 이슈 등으로 인해 큰 성장이 예상됐지만 아직 전 산업계로 확산되지는 못했다. 이는 백업에 우선 순위를 두는 기업이 많지 않아 굳이 고성능 장비를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시하는 고객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중은행의 상당수가 부분적으로나마 VTL을 백업 솔루션으로 도입하면서 시장 활성화의 물꼬를 텄다. 올해부터는 우리은행 등을 필두로 대규모 공급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1·2호 사업자가 선정돼 공공기관과 기업 모두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 방안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점도 VTL 수요 촉발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제조산업계로 확산=포스코·삼성전자, LG필립스LCD(LPL),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이 VTL을 구축 또는 계획 중이다. 포스코는 차세대 백업시스템 구축 1단계 사업으로 분당 IT센터에 VTL을 도입했다. 회사 측은 “데이터 백업시간이 60% 정도 줄었다”고 밝혔다. 현재 포항과 광양의 IT센터에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수원공장(가전)과 탕정공장(LCD)의 디자인 설계 도면 분야 데이터를 중심으로 VTL을 도입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도 3분기 이내 창원 및 중국 공장의 공정 데이터 부문에 VTL을 도입할 예정이며 LPL도 최근 차세대 백업 구축을 제안해 VTL 관련 BMT를 마친 상태다.
◇연말까지 500억원대 시장 형성할 듯=업계는 올 한해 동안 국내 VTL 시장이 지난해 대비 두배 이상 성장해 최소 200억원에서 최대 5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체 스토리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육박할 전망이다. 특히 전체 디스크 스토리지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VTL이 하드웨어 (HW) 중 가장 높은 시장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또한 테이프 의존도를 낮추고 디스크 중심의 백업 환경 구현을 이끄는 견인차로 활약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EMC 차세대통합백업솔루션 그룹 김형수 이사는 “지금까지 VTL은 중요한 업무 데이터의 빠른 복구를 위해 도입됐지만 가격이 내리면서 전체 업무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특히 제조업계의 연구소, 공장 등을 중심으로 도입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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