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시스템통합(SI) 전문업체가 아니다.’
시스템통합(SI) 업계가 2005년을 기해 IT서비스 업계로 탈바꿈했다. 그렇다고 그때를 기준으로 사업구조에 일대 변혁이 일어난 것은 아니다. 사업내용이나 매출규모를 볼 때 이젠 기존의 SI에서 광의의 IT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하기 충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과거의 인력 중심의 사업 이른바 ‘사람장사’는 더 이상 없다. 각사가 20여년간 축적해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술부가가치 사업으로 탈바꿈했다. 협의의 개념인 SI의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이미지에 걸맞은, 품이 넉넉한 새 옷들로 모두 갈아입었다.
삼성SDS는 ‘고객선도 능력 기반의 종합 IT서비스 회사’를 표방한다. 유비쿼터스 관련 사업의지를 담아 2010년께엔 유비쿼터스 세상의 리더가 되겠다는 밑그림과 함께 고객이 꿈꾸는 세상을 창조한다는 의미로 ‘u크리에이터’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LG CNS 역시 ‘종합 IT서비스 회사, u비즈니스 파트너’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고객의 모든 IT문제에 대해 컨설팅에서부터 시스템 구축 및 운용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 국내 최고의 종합 IT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선제안 사업 중심의 고객 맞춤형 유비쿼터스 비즈니스 창출 의지는 ‘u비즈니스 파트너’에 내포됐다.
SK C&C는 1988년 국내 최초로 IT아웃소싱 서비스 체제를 도입한 데 이어 글로벌 수준의 운영 효율성을 달성,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 등 신규사업 강화 취지로 ‘토털 IT서비스 프로바이더’를 자임한다.
이와 더불어 시대의 흐름을 같이해 한국SI연구조합은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로, 한국SI학회는 한국IT서비스학회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단순히 업종 대표 수식어와 간판만 바꿔단 게 아니다. 이들 모두는 IT서비스가 진화하는 혁신의 장 한가운데 서 있다.
최근 들어선 ‘선제안형 사업’ ‘서비스 사이언스’ ‘서비스 연구개발(R&D)’ 등의 신조어가 탄생하면서 IT서비스의 진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20세기 우리나라의 SI산업이 기업 정보화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 산업이었다면 오늘날의 21세기 IT서비스는 독창적인 컨설팅 능력으로 기업 정보화의 미래상을 그려내는 능동적·창의적 산업으로 진화 중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 초까지 SI산업으로 대별되는 국내 IT서비스 산업은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다. SI기업의 당초 설립목적인 그룹 계열사의 정보화 지원 외엔 눈에 띄는 이렇다할만한 사업을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 3∼4년간은 IT서비스 산업의 격변이라 할 만큼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됐다. 이전까지 국내 기업의 목적사업은 통신, 정보 및 전자기기 제조 판매, 통합시스템 판매, 유지보수 용역, 부가가치 통신용역 제공 등에서 정보시스템 컨설팅으로 고도화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IT서비스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는 기존의 목적사업에 통신 및 전기공사를 포함한 건설업, 인터넷 전화를 포함한 별정통신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노하우기술 판매업, 고도정보통신서비스업 등으로 다양화됐다. 여기에 구체 사업 아이템과 서비스 내용도 21세기 혁신 트랜드에 맞춰 진화 중이다.
우선 선제안형 사업으로 IT서비스 기업들이 중무장하고 있다. 목적은 단순히 고객의 요구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하는 종전의 낮은 부가가치 사업을 탈피해 고객이 생각지 못한 사업을 먼저 제안, 고객 만족도 향상과 더불어 파격적인 부가가치 향상에 있다. u시티 설계, 스마트카드를 이용한 신교통카드 시스템, 스포츠SI 등이 그 예다.
최근엔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IT서비스관리(ITSM), 내장형SW서비스(ESDM), IT아웃소싱(ITO) 등에 이어 업종의 파격으로 일컬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제조 분야로 사업영역이 확대됐다. 또 업종전문 지식에 IT를 접목해 고객을 리드하려는 ‘서비스 R&D’ 기능도 구사된다. 올들어선 3차 산업인 서비스 산업의 과학화·체계화를 위해 IT서비스를 접목하는 ‘서비스 사이언스’의 접목이 시도되는 등 제2의 진화가 진행 중이다.
김현수 한국IT서비스학회 학회장은 “과거 그룹사의 정보화 추이에 의존해오던 수동적 SI산업이 최근 들어 능동적이면서 창의적인 산업의 IT서비스로 변모하는 진화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이 같은 변화 추세는 기술의 진보와 신서비스 개발 노력에 힘입어 가속도가 붙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