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PC 시장이 힘겨운 구조조정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중견PC 기업들이 하나 둘씩 시장에서 퇴출당한 것은 이젠 옛 기억이다. 무리한 사업확장, 해외 수출물량 감소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세계 PC산업계에 불고 있는 시장 재편 바람의 영향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PC산업 전반의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한국기업들의 대안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은 2억5670만대다.
지난달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세계 PC 시장 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2분기 전 세계 PC출하량 규모를 611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성장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 18.2%를 차지한 HP가 9분기 연속 1위를 유지했으며 델과 레노버가 각각 15%와 8%를 차지하며 2, 3위를 차지했다. 지난 1분기 대만 에이서에 추월당해 4위로 밀렸던 중국 레노버가 2분기에 3위에 올라섰다. 내수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토종기업은 5위권 밖이다. 그야말로 우물안 개구리인 셈이다. 삼성전자의 TV와 LG전자의 냉장고가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지만 PC는 아직 그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에서 90% 이상 생산=HP, 델을 비롯한 글로벌 PC 제조업체들이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대거 이전했다. 국내 빅3도 삼보를 제외한 삼성·LG전자가 PC를 전량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레노버가 IBM PC사업을 인수하면서 올해 세계 3위 기업으로 도약했으며 대만기업인 에이서도 성장잠재력을 키워온 끝에 세계 4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이들의 성장배경에는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관련 기술 확보가 용이하다는 점과 대규모 내수 시장이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또한, 관련 부품의 조달이 쉽다는 점이다. 현재 중국 쿤산과 쑤저우에서 생산되는 PC 생산량은 전 세계 물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메인보드의 95%가 중국 쿤산·쑤저우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그래픽·사운드 카드 역시 중국이 생산 거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산, 중국산이라고 하는 것은 별의미가 없다. 디자인과 연구개발은 국내에서 하고 생산만 중국에서 한다지만 ‘Made in Chine’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PC 제조업체들이 생산라인을 대거 중국으로 이전한 이유는 생산 효율성 때문이다. PC산업이 단순 조립산업으로 변모하면서 생산기업은 더 이상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LG경제연구원 박동욱 연구원은 “HP가 델을 제치고 4분기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마케팅과 디자인의 차별화에 있었다”며 “델의 가격경쟁으로 촉발된 국내 PC 시장은 이제는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춘 프리미엄 마케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1대 팔아 1만원 남겨=국내 PC 시장에서 조립PC를 유통하는 중소기업은 대략 10여 곳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데스크톱PC를 조립생산하고 있으며 노트북PC는 OEM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판매하는 제품이 노력에 비해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다. 50만원대 데스크톱PC 1대를 팔면 5000원도 채 남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100만원대 노트북PC를 판매하면 수익을 1만원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갖가지 옵션을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벌이고 있지만 시장 한계성으로 인해 수요를 뺏고 뺏는 제로섬게임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LG전자를 비롯한 PC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생산라인을 이전하는 것은 생산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PC업체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대리점을 많이 축소하고 홈쇼핑 등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LG전자를 제외한 글로벌 기업들은 내수에서 대리점 영업을 줄이고 온라인이나 홈쇼핑을 통해 매출확대를 꾀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홈쇼핑에 중소업체까지 가세하고 있어 그만큼 PC 매출에 홈쇼핑이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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