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42년, 대표이사 10년.
SK텔레콤 조정남 부회장(67)의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그는 196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후 SK에너지(구 유공)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상무이사까지 역임하고 1995년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정남 부회장은 한국 산업 역사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불린다. IT뿐만 아니라 그가 거쳐간 모든 산업이 성장기를 넘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정유·석유화학·정보통신 등 국가 기간산업 분야에 오랜 기간 몸담아 오면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축과 함께 영광과 시련을 겪어온 이공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지금도 그는 SK텔레콤 대표이사로 재직하면서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에너지에서 ‘화공쟁이’로 오랜 기간 근무를 해 온 조 부회장은 SK텔레콤에서 IT전문가로 변신에 성공했다. CDMA·위성DMB 등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함으로써 한국이 IT강국으로 자리잡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으며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감각을 보유한 CEO로도 명성이 높다.
여러 자리를 거친 만큼 일화도 많다. CDMA 상용화 준비 당시 그는 서비스생산부문장을 맡고 있었다. 당시 개발자들은 매일 밤을 새며 디지털 장비 및 단말기 개발, 기지국 최적화 등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생산본부장으로서 굳이 야근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는 개발자들과 함께 한 달이 넘게 밤을 샜다. 결과적으로 1996년 SK텔레콤에 의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CDMA는 10년이 지난 현재 전세계 4억명이 사용하는 기술로 진화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TTL’브랜드도 그의 작품이다. 당시 TTL마케팅은 관련 업계에서 세그먼트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경쟁사들이 소모적인 가격경쟁에 열을 올릴 때 젊은 층의 감성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이동통신 서비스를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부회장의 마케팅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은 2002년 한·일월드컵의 거리응원을 통해서도 빛을 발했다. 시청 앞 광장을 온통 응원의 물결로 메우는 장관을 연출했고 이 거리응원에서 ‘국민의 SK텔레콤’이라는 명성을 재확인한 것은 물론이다.
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조 부회장의 이력에는 쉼표가 없다. 현재 그는 통신시장 개방의 기회를 활용해 세계 정보통신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사업자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수립하고 해외사업과 국제협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은 최근 차이나유니콤의 2대 주주 지위 확보, 베트남 시장에서 ‘S폰’의 200만명이 넘는 가입자 확보, ‘힐리오’를 통한 통신 본고장 미국에서의 본격 경쟁 등 글로벌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의 ‘수펙스’, 즉 목표를 높이 설정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열심히 일하자는 그룹 모토를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조정남 부회장은 “SK에너지에서 SK텔레콤으로 옮긴 후 조직의 새로운 목표를 수펙스 수준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이공계 후배들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모든 일에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취하기 위해 젊음을 쏟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
○인생모토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으로 미워하는 마음은 자신을 상하게 하지만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며 결국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이공계에 하고 싶은 한 마디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이 되자’
기술분야의 최근 5년간의 변화는 과거 50년 동안의 변화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빠르고 놀라운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급속한 변화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변화를 주도해가는 사람은 오히려 이를 도약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내 인생에 변화를 준 이 사람
어머니께서는 모든 것을 직접 실천으로 보이셨고 항상 뚜렷한 목표를 갖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셨다. 어머님의 가르침과 삶 자체는 인생의 지침이자 성공의 원천이 됐다.
○주요 이력
△67년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 △93년 미국 버클리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98년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66년 SK주식회사(옛 유공) 입사 △98년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2000년 (현)SK텔레콤 대표이사 부회장 △2007년 (현)한국과학기술원 이사장 △2001년 제46회 정보통신의 날 정보통신대상 수상 △2006년 2006 한국의 경영자상(한국능률협회) △2006년 올해의 테크노 CEO상(과학기술부,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