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재미를 빼놓고 ‘인생의 낙(樂)’을 논할 수 있을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직장생활에서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다.
평생학습 전문기업 휴넷의 식도락 동호회 ‘야식(夜食)맛만’은 결성 3년차의 사내 인기 동아리다. 최용준 지식생산본부 선임을 비롯한 몇몇 직원들이 입사 축하 술자리서 의기투합(?)해 결성한 ‘夜食맛만’ 회원들은 한달에 한번 전국 곳곳, 국적불명(?)의 먹거리를 찾아 발로 뛰고 있다. 회원 수는 35명.
‘야식맛만’이란 퇴근 후에 맛 집을 찾아 다니는 직장인들의 활동 패턴을 대변하는 ‘야식’이라는 말에 ‘맛있기만 하다면 어디든 찾아 다닌다’는 의미의 ‘맛만’이라는 단어를 조합한 것. 거리가 멀고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맛’이 제일 중요하다는 뜻이다. ‘야식맛만’의 맛 집을 선택하는 기준인 셈이다.
운영진들은 ‘맛있는 집’에 대한 회원들의 추천이 들어오면 음식의 종류에 상관없이 ‘맛만’ 있다면 바로 장소 섭외에 들어간다. 맛 집 선정 방식에 특별한 기준은 없고, 회원들의 추천과 운영진간의 토의 등을 거쳐 이뤄진다. 운영비는 회사에서 1인당 한 달에 1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해 준다. 나머지 비용은 참석자들이 각자 부담한다.
‘야식맛만’이 선정한 먹거리는 무엇일까? 직장인 모임답게 ‘소래포구의 조개구이’ ‘삼청동 수제비’ ‘노량진 수산시장 킹크랩’ 등 전통적인 음식, 몸에 좋은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퇴근 후에 맛 집을 찾아 다니다 보니 그에 따른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강북 근처 맛집을 찾아가는 퇴근 길. 차가 심하게 막혀 무려 3시간만에 밤 10시가 다 되어 맛집에 도착했지만 영업 종료로 겨우 물 한모금 마실 수 있었다고.
‘맛’에 대한 회원들의 집착을 엿볼 수 있는 일화 한토막. 지난 달 야식탐방에서는 1, 2차 선정 메뉴인 양꼬치와 초밥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한 회원들이 3차로 쌀국수집까지 가 결국 저녁만 3끼 먹었다고.
한달에 한번 있는 ‘야식맛만’ 모임은 업무적인 연관이 적어 서로 교류할 기회가 없었던 타 부서 동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가족 혹은 애인과 함께 갈 만한 좋은 데이트 코스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도 가입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맛있는 곳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찾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야식맛만’만의 존재 이유다.
최용준 지식생산본부 선임은 “타 부서 사람들과 소통할 마땅한 자리가 없는 가운데 동료들끼리 편하게 대화하고 즐길 수 있는 모임으로 지속해 나가는 것이 바람”이라며 “나와 너를 넘어 ‘우리’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모임으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