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용산전자상가로 불리는 상하이의 전자제품 양판점 태평양 2관. 글로벌 메이저 PC업체들의 전쟁터라고 할 만큼 세계를 주름잡는 PC들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매장은 중국 소비자를 비롯한 해외 구매자들로 북적였지만 유독 에이서와 레노버 매장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두 집 걸러 한 집이 레노버와 에이서 노트북PC를 판매하는 매장이다. 그만큼 중국 내에서는 중국, 대만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크다는 얘기다. 중국의 PC 시장 규모는 전 세계 3분기까지 물량 1억300만대 가운데 8%를 차지한다.
◇갈수록 커지는 ‘차이나’ 브랜드=전 세계적으로 먹고 먹히는 기업 인수·합병(M&A)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 PC기업들은 덩치를 키우며 글로벌 시장을 향해 무섭게 돌진하고 있다. 28일 대만 컴퓨터업체인 에이서가 미국의 게이트웨이를 7억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세계 PC 제조업체 자리를 두고 레노버와 치열한 한판승부를 벌이겠다는 전략이다.
포천이 선정한 중국 100대 기업에 오른 레노버의 기세도 만만찮다. 세계 3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네덜란드 가전업체 패커드벨 인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 2005년 미국 IBM의 PC부문을 인수해 미국 시장을 공략한 이후 유럽에서 10%대를 점하고 있는 패커드 벨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수 년전만 하더라도 중국 내 업체에 불과했던 중국 PC기업들이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한 것이다. 이제 ‘차이나 브랜드’로 옷을 갈아입고 세계 PC 시장을 향해 칼날을 뽑아 들었다.
한국레노버 강신영 사장은 “한국 PC시장은 아세안 지역에서 25%를 차지하는 비중 큰 국가로 중국 본사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한국법인은 이미 5월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으며 베이징 올림픽 파트너사로 공식 선정돼 마케팅을 시작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국내 PC 시장에서 5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따라 글로벌 기업들도 혁신 중=중국·대만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부각되면서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의 사업전략도 크게 바뀌고 있다. 국내 PC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HP, 델 등 미국기업들도 중국·대만 PC업체의 공세에 대비 끊임없는 내부 혁신과 수익처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도입한 델코리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직접 판매라는 합리적 유통시스템을 도입, 소비자에게 주문을 받고 3∼4일 안에 제품을 인도하고 있다. HP는 영업상 발생할 수 있는 판매관리비를 크게 줄이고 있으며 일본 기업의 경우 수십 개에 이르는 제품의 플랫폼을 10개 이하로 단순화하고 메인보드 등 부품 공용화 전략을 통해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또 자사가 가지고 있는 제품군의 통합서비스를 통한 수익처 다변화 전략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더 이상 고수익을 낼 수 없는 PC를 노둣돌 삼아 관련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델은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HP도 프린터와 디지털 카메라와 연계한 세력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