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식 조직개편 “글로벌로 진격 앞으로”

 최지성식 ‘애니콜호’의 윤곽이 드러났다.

 두 달여간의 경영 진단을 끝내고 지난 10일 내부 발표한 지 3주만에 그 결과물이 나왔다. 13년만에 실시한 경영진단에 때아닌 중간 조직개편, 그리고 핵심 임원진 인사까지 속전속결이다. 새롭게 수장을 맡은 최사장의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깔렸있다는 것이 안팎의 관측이다.

 ◇마케팅의 글로벌화=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마케팅 조직의 글로벌화다. 그동안 세계 각국에 판매되는 휴대폰의 개발과 기획, 마케팅을 국내에서 추진해 해외에 수출하는 형태였다면 이번 개편으로 해외 각국의 고객 성향에 따른 ‘맞춤형 휴대폰’을 만들어내는게 초점이다. 특히, 이번 마케팅 통합팀을 총괄하는 최창수 전략마케팅팀장은 기존 해외 사업자나 유통망 관리 등 영업 위주가 아니라 전단계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는 역할까지 맡게됐다.

 개편을 통해 기존 마케팅 관련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고 다시 이를 △북미 △아시아 △유럽 등 지역별팀으로 구분, 마케팅을 비롯해 상품 개발과 기획까지 각 팀별로 책임을 지는 것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각 팀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즉각 파악해 상품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인·콘텐츠 등 글로벌 제휴까지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최 팀장 산하에 포진한 지영조 전무, 이영희 상무, 데이빗 스틸 상무 등 외부에서 영입한 글로벌 마케터들의 역할도 여기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구미에서 전세계로=구미로 집중돼 있는 제조부문도 글로벌 체제로 전환한다. 구미의 휴대폰 제조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김종호 구미제조센터장(전무)은 이번 개편에서 글로벌제조센터장으로 발령 받았다. 김 센터장은 중국을 비롯한 각 해외 지역 생산라인 강화를 통한 글로벌 제조 체제 구축을 전담하게 된다.

 핵심 보직중 하나인 구매팀장 교체도 눈에 띈다. 구미 제조센터 산하에 있던 구매팀을 무선사업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사장 직속으로 바꾸고 DM총괄 사장 시절 호흡을 맞췄던 강병수 전사 전략구매팀장(전무)을 선임했다. 결국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절감, 현지 부품조달과 완제품 생산의 ‘노키아식’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추는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를 통해 현재 50%에 머무는 해외 생산비중을 연내로 6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르도의 신화가 단순한 디자인 혁신이 아니라 부품 소싱에서부터 현지 개발과 생산 등 글로벌 생산체계의 혁신을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이같은 가치사슬체계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이브로는 상용화 초점=김운섭 부사장을 네트워크사업부장으로 선임, ‘와이브로’를 포함한 새로운 4G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최 사장식’ 정보통신 사업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새로운 네트워크사업부는 통신연구소의 와이브로 단말, 기지국 개발 연구원들을 모두 모아 와이브로의 상용화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추진토록 했다. ‘돈되는 사업’으로 육성하라는 메시지이다. 그동안 이기태 전임 사장이자 현 기술총괄 부회장이 구미 공장과 수원 개발팀을 경쟁체제로 두면서 기술 중심으로 ‘애니콜 신화’를 만들었다면 최사장은 앞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마케팅으로 새로운 신화를 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지연·서동규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