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부의 기원

 ▦부의 기원

 에릭 바인하커 지음, 안현실·정성철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미국 인기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주인공 스코필드는 탈옥을 위해 입수 가능한 모든 정보를 철저히 분석, 완벽해 보이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함께 탈옥하기로 죄수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각종 돌발적 상황 속에서 예상은 자꾸 빗나간다. 하지만 알고 보면 스코필드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역시 모든 상황에 완벽한 대안을 만들어 놓지는 못했다. 다른 행위자의 행동과 하나의 변수가 전체적인 상황에 미치는 파장을 완벽하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많은 행위자가 상호작용하며 돌발적 결과를 빚어내는 ‘복잡 작용 시스템’으로 경제를 이해하는 새로운 경제학이 바로 ‘복잡계 경제학’이다. 복잡계 경제학의 메카인 산타페연구소 연구원, 소프트웨어업계 CEO, 벤처캐피털리스트 등 학계와 경제계를 두루 경험한 후 현재 매킨지&컴퍼니에서 미래 전략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경제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집대성, 최초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기존 책들과는 달리 각종 경제이론에 대한 단편적인 소개에서 벗어나 경제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복잡계 경제학으로 집대성해 일관된 패러다임으로 완성한 최초의 책으로서 부를 창출하기 위해 개인과 기업·사회를 어떻게 조직해야 하는지 총체적인 비전을 담고 있다.

 복잡계 경제학에서는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인간 행동과 물리 법칙 등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부를 창출하기 위한 진화의 경쟁 속에서 패턴을 발견하고 불확실성을 줄여나간다. 복잡계 경제학의 패러다임에서 부의 기원은 진화라는 학습 알고리듬인 것이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 사업 전략의 요체는 미래 예측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도록 하는 학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초창기 빌 게이츠와 경영진은 동시에 6개의 전략적 실험을 추진했다. 한판의 도박이 아니라 전략적 대안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애쓰기 보다 MS 밖에서 진행 중인 진화적 경쟁을 반영해 회사 내부에서 서로 경쟁을 벌이는 사업 계획 집단을 창출했다. 작은 도박을 여러번 하고 불확실성이 낮아졌을 때 성공적인 실험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이러한 실험은 윈도 운용체계의 승리가 확실해질 때까지 계속되었고 다양한 전략 포트폴리오의 활용은 현재까지 MS의 특징이다.

 GE의 잭 웰치 역시 진화의 법칙을 응용했다. 동태적인 시장과는 달리 기업은 관료주의와 조직의 정치학에 빠져 정체되기 쉬운데 잭 웰치는 시장의 선택 압력을 회사의 내부에 성공적으로 이식해서 기업 혁신에 성공했다. 1등만 살아남는 시장 현실을 기업 내부에 도입해 1등이 아닌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고 모든 보상과 평가 시스템에 일괄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 책은 ‘부는 지식, 부의 근원은 진화’라는 점을 내세우며 ‘부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서부터 ‘진화는 부를 어떻게 창출하는가’까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 전통 경제학을 대체할 총체적인 경제 모델이 없는 현실에서 낡은 이론에 현실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모순에 맞서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2만8000원.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