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의 ‘화려한 잔치’는 끝났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 PC업체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가격으로 승부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지적한다. 20만원도 안 되는 노트북PC가 다음달부터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어서 가격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솔루션을 탑재한 프리미엄 PC로 틈새시장을 노리거나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와 프리미엄을 담아라=사용자들은 PMP·내비게이션·PDA·휴대폰 등 휴대형 정보기기가 함께 어우러진 완벽한 컨버전스의 프리미엄 PC를 원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이 탑재된 PC는 1차원적인 전자지도가 아닌 전 세계 곳곳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3차원 전자지도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바이오PC’를 개발중인 것도 이 같은 사용자들의 오감정보 입출력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새롭게 적용되는 기술과 부품의 내재화다. 국내 PC업체들은 메모리와 ODD 등 일부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CPU는 인텔, OS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많은 비용을 지급하고 있어 대부분 PC제조사인 한국 기업은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다.
삼성경제연구소 최병삼 수석연구원은 “단순 조립으로 이뤄지는 일반 PC의 경우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이미 사라 진지 오래”라며 “바이오 노트북PC처럼 가격은 높지만 기능과 디자인이 차별화된 하이엔드PC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릴 것은 버려라=이제 단순한 조립·생산 위주의 사업 방식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수한 기술인력과 개발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으로 생산라인을 옮긴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해부터 PC는 점차 AV 기능과 네트워크 기능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AV와 정보기기의 네트워크 분야에 잠재력이 있어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풀어가느냐 하는 것이다.
다국적 PC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PC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데는 최대 50명이면 충분하다”며 “지난해부터 글로벌 PC업체들이 대리점 영업을 벗어나 온라인과 B2B 시장에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조직의 통폐합은 물론 디자인·콘텐츠 등 글로벌 제휴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휴대폰 및 디지털 가전기기와 융합된 콘텐츠·서비스도 발굴해야 한다. 디지털 홈 시대에 PC는 홈 네트워크 및 모바일 네트워크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PC산업의 화려한 잔치는 끝났다고 하지만 시장에서의 수요는 끝없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PC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부혁신과 함께 소비자들의 요구를 살피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때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