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로 가려면 나침반을 준비해야 한다. 통신·방송 및 디지털 융합에 따른 기술발전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내는 지금, IT 코리아 두 번째 버전(2.0)에도 나침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시장을 종합적으로 조망·분석·평가하고 정책(규제)에 연결할 ‘경쟁상황평가제’를 도입할 시점이다. 특히 통신 분야와 달리 경쟁상황평가 관련 제도가 없는 방송 분야를 포괄하는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쟁상황평가제도가 통신·방송 시장을 규제할 새로운 정책판단 근거로 떠오를 전망이다. 관련 제도를 경험해보지 못한 방송계가 주춤거리고는 있지만 통신시장에 대한 경쟁상황평가는 내년부터 궤도에 오른다. 이 같은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고려하는 통신·방송 융합형 경쟁상황평가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99년부터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를 바탕으로 공정경쟁정책을 수립했으되 실험적 참고자료로 활용하던 데서 벗어나 내년부터 법적 근거(전기통신사업법 제33조의 4)에 따른 공식 제도로 한 걸음 나아갈 예정이다. 실제로 내년 예산계획에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를 순증 편성해 △통신시장별 경쟁상황 분석·평가를 위한 사업 △평가지표 및 방법론 연구를 위한 사업 △통신서비스 결합판매시장 경쟁상황 감시(모니터링)을 위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통신서비스시장 이용자 설문조사 △통신시장별 경쟁상황 분석·평가 △평가결과물에 대한 정책만족도 조사 △경쟁상황평가지표 가운데 수익성 산정 방법론 연구 △평가지표별 경중 및 종합해석 방법론 연구 △통신서비스 결합판매 이용약관 인가심사 운영·지원 등이다. 특히 품질을 고려한 종합적 요금비교 방법론 연구, 국내외 결합판매 경쟁상황 분석·평가 등 경쟁상황평가제를 발판으로 삼아 통신정책을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소매규제에서 도매규제로 전환하기 위한 과제들을 마련했다.
경쟁상황평가제도는 시장을 보는 시각도 바꿔놓을 전망이다. 시내전화·이동전화 등 사업형태(역무)를 중심으로 경계를 설정(획정)하던 데서 벗어나 서비스 융합 및 결합판매 변화에 유연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조경식 정통부 통신경쟁정책팀장은 이와 관련 “지역별로 통신서비스의 수요·공급 대체성(소비자의 사업자 선택 가능성)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지리적으로도 시장을 획정할 수도 있으며 요금인가제, 재판매(도매규제) 등을 감안한 경쟁상황평가제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경식 팀장은 또 “중장기적으로는 방송 분야를 포괄하는 경쟁상황평가제도까지 숙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통신은 물론 방송시장에 대한 경쟁상황평가제를 도입하고, 그 절차와 방법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고개를 들 전망이다. 따라서 서비스·지역별로 시장점유율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느 사업자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두는지, 소비자가 정보를 얻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은지를 객관화할 지표부터 확립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관련 부처별 의견
정통부는 국가 정보통신시장 규제 방향을 새로 정하기 위한 지도(로드맵)를 만들어 현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 요금 인가제처럼 소매시장을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데서 벗어나 통신망 없이 새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재판매 제도처럼 도매시장으로 규제 대상을 옮겨가는 것.
이와 달리, 공익적 고려가 필요한 방송 분야에서는 사업자 인·허가 등 여전히 엄격한 사전규제가 적용된다. 문제는 두 경계가 모호해졌고, 더욱 빠르게 섞이고 있다는 것. 국무조정실 산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이 같은 변화에 대응, 관련 부처별 시각을 모아 개선방향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문화관광부
①방송통신 시장의 변화를 제도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시장 경쟁상황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②콘텐츠 제작 및 유통시장의 경쟁상황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③경쟁상황을 평가할 때 방송의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고려하는 방안을 마련하자.
◇정보통신부
①융합환경에서는 통신시장뿐만 아니라 방송시장의 경쟁상황평가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②객관적인 평가지표와 방법을 마련하자.
③경쟁상황평가 결과를 각종 규제 정책과 연계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방송위원회
①융합환경에서 시장의 사회·경제적 영향을 고려한 평가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②현행 방송 평가제와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제를 융합환경에 맞춰 사회·문화·경제적 목표를 서로 조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평가지수를 개발하자.
③개별시장뿐 아니라 결합판매와 같은 융합시장 일반에 대한 평가를 통해 필수 설비규제 등에 적극 연계할 필요가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①경쟁상황평가 기준이 공정거래법상 시장획정 및 경쟁제한성 판단기준들과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
②법 집행 일관성을 유지하고 혼란을 막기 위해 경쟁상황평가를 할 때 공정위와 합의가 필요하며, 시행 목적과 평가대상도 제한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③사회·경제적 요소를 가미한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경쟁상황평가제 추진 경과
2004년 1월 국무조정실 정부업무 심사평가결과 개선보완과제로 ‘통신시장 유효경쟁상황 평가시스템 법제화 추진’ 지정.
12월 ‘경쟁상황평가지침’을 만들어 제도적 틀 정립.
2005년 11월 의원입법(권선택)으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경쟁상황평가제 도입) 국회 상정.
2006년 2월 경쟁상황평가 제도개선 전담반(정보통신정책연구원·학계 전문가) 구성·운영.
10월 경쟁상황평가 기준, 절차, 방법 등에 관한 개선방안 마련.
2007년 1월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법제화 완료(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공포)
7월 경쟁상황평가 기준, 절차, 방법 등에 관한 하위 법령(전기통신사업법시행규칙)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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