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들이 회계 지식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막상 회계학을 공부하려니 걱정부터 앞선다. 그 이유는 ‘회계가 어렵고 따분하다’는 것이다.
참 이상한 현상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박지성이 어떤 경기에서 몇 골을 넣었으며, 심지어는 어느 발가락이 부상당했는지까지 알고 있다. 일부러 외운 것도 아닌데 그대로 머릿속에 들어온 것이다. 사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쉽게 기억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좋아한다. 그런데 돈에 관한 지식인 회계 공부에 대해 왜 흥미를 느끼지 못할까?
이런 모순은 그동안 회계 학습방법이 획일적이었다는데 원인이 있다. 회계학을 배우고자 수업에 들어가면 차변, 대변, 분개, 전기 등등 회계처리를 가르친다. 그런데 이런 사항들은 재무제표를 만드는 경리담당자들이 알아야 하는 회계지식이다.
연구개발, 생산, 영업부서에서 근무하는 관리자들은 재무제표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라, 만들어진 재무제표와 회계정보를 이용해 의사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관리자들은 회계정보를 생산하는 지식이 아니라, 회계정보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에 이용하는 지식이 필요하다.
회계정보를 생산하는 경리담당자를 중심으로 한 회계처리 및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학습을 생산자 접근법이라고 하며, 회계정보를 이용하는 의사결정자를 중심으로 한 재무제표에 대한 이해 및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학습을 이용자 접근법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회계학 교육은 생산자접근법이었다. 때문에 비전공자들에게서 회계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법을 배우러 운전학원에 갔더니 자동차공학을 가르치려 든다면 누가 흥미를 가지겠는가?
공학 관리자들은 이용자접근법에 의한 회계학습이 효과적이다. 이용자접근법은 회계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해 이를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재무제표를 보고 우리 부문의 이익이 얼마인지, 설계를 변경하면 부품의 원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자가 생산에서 외주로 전환하면 원가가 얼마나 절감되는지 회계정보를 보고 의사 결정할 수 있다면, 회계가 축구보다 더 재밌게 될 것이다.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spcho@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