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IFA 2007’은 우리업계가 주도하는 ‘풀HD’가 전세계 소비자가전 시장의 최고 트렌드임을 확인시켰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기술력과 디자인의 한계를 보였던 중국 업체들까지 풀HD 평판TV 대열에 들어섰으며 블루레이와 HD-DVD가 경합하고 있는 차세대 광기기 시장에서는 상당수 기업들이 블루레이에 무게를 실었다.
◇풀HD·100㎐·HDMI가 대세=가장 큰 테마인 TV에서는 화질을 더욱 개선한 ‘풀HD’와 ‘100㎐(한국·미국은 120㎐)’, 다수의 ‘HDMI 단자’를 갖춘 대형 평판TV가 이제 확고한 대세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을 포함해 필립스·파나소닉·샤프·소니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경쟁사들은 물론, 심지어 하이얼 등 중국계 제조업체들도 하나같이 비슷한 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10세대 LCD 패널을 선점한 샤프가 두께 29mm, 크기는 100인치 이상에 달하는 시제품을 전시한 것을 비롯해 업체마다 주요 제품군은 모두 이들 세가지 핵심 경쟁력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력과 디자인의 차이는 드러냈다. 삼성전자와 일본의 소니는 유기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를 적용하면서 한발 앞선 LCT TV 기술을 선보였고, LG전자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퀴담 TV’ 스타일의 ‘디자인 아트 LCD TV’를 처음 출품했다. 국내 최대 경쟁세력인 샤프와 파나소닉은 30인치대 LCD TV 제품에도 풀HD를 적용하면서 공격적인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계의 공습=지난해에 이어 중국계 후발 업체들이 이번 IFA 전시회에서도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해 전시회 전체 참가국 가운데 42.6%를 차지했던 중국·대만업체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54.7%로 급증, 최근 전세계 IT 시장에서도 ‘화상’의 면모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IFA 전시회의 주요 테마인 TV 분야에서 중국계 하이얼은 풀HD·100㎐ 기능은 물론 디자인에서도 삼성전자의 보르도 LCD TV를 연상시킬 만큼 모양새를 본땄다. 심지어 전시회에 선보인 TV에서 한류 열풍을 띄웠던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면서 관람객들을 혼란시킬 정도였다.
◇국내 중소 업계의 선전=안팎에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 업체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휴맥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독자 부스를 더욱 늘려 설치하고, 디지털 TV 신제품과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를 출품했다. 국내 중소 DTV 업체들 가운데 현대아이티·디보스·에이텍·KTV글로벌 등도 비록 작은 규모지만 독자 부스를 마련하고, 풀HD·100㎐ 평판 TV를 선보이는 등 수출전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차세대 광기기 시장, 블루레이로(?)=지난 1월 열렸던 ‘CES 2007’ 행사와 달리 이번 IFA 전시회에서 달라진 점 가운데 하나가 차세대 광기기 시장의 무게 중심 이동이다. 국내의 삼성·LG전자는 물론 필립스·파나소닉·샤프·소니 등 대다수 주요 가전업체들이 블루레이 제품군 일색으로 전시장을 꾸민 것과 달리, HD-DVD 진영 가운데는 일본 도시바만이 외롭게 제품군을 지켜냈다. 삼성전자 신동호 전무는 “콘텐츠 진영인 미국 헐리우드 영화 제작사들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다만 블루레이 계열의 입김이 거세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