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시장이 바뀌고 있다.
시장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업체가 변화하고, 연관된 사람들이 바뀌고 진로가 수정돼야 한다는 가장 근원적이고 기초적인 근거가 된다. 연평균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던 게임 산업은 마이너스 성장의 위협에 처했고, 시장내 소비 방식과 생산 체계, 수급 구조가 모두 급변하고 있다.
2007년 9월 현재 온라인게임 생태계 지도에서 ‘10대의 전유물’로서 게임 성격은 완전히 사라졌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이상, 40대가 온라인게임의 주 소비 연령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가 서비스하는 대표 게임인 ‘스페셜포스’의 30세 이상 이용자 비중은 무려 3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0∼29세 이용자 비중 39%와 맞먹는다. 15세 이상 10대 후반 비중도 22%로 적지는 않지만, 이들 10대가 게임에서 지출하는 비용의 평균금액은 30대 이상 이용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만큼 경제적 지출 여력(게임업체 수익성)과 이용 게임자 연령은 비례해서 높아지는 것이다.
온네트의 온라인 골프게임 ‘샷온라인’은 아예 30대 후반 이후 연령층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게임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의 이용자 비중이 무려 85%에 달하고 있다. 이 게임의 한국내 전체 회원 65만명 중 55만명 이상의 평균 나이가 44.5세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평균 연령은 다른 어떤 인터넷서비스의 이용자 연령대와 비교해도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온라인게임에 거세게 불고 있는 ‘여풍’도 심상찮은 변화다.
여성들이 경제력과 소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온라인게임에서의 ‘여권 신장’은 전세계 공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지금의 국민게임이 된 넥슨의 ‘카트라이더’도 여성 이용자의 급격한 유입없이 절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없었다.
‘카트라이더’ 전체 이용자중 여성은 30% 이상이며, 특히 20대의 경우 여성 이용자가 40%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메이플스토리’는 여성 이용자가 전체이용자의 45%선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롤플레잉게임(RPG)은 남성의 전유물이란 통념을 보기좋게 깼다.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예당온라인의 ‘오디션’은 댄스게임 특성답게 여성 이용자 비율이 54%로 남성 비중을 압도한다. 특히 ‘오디션’의 전체 유료 결제 이용자중 64%가 여성일 정도로 수익기여도에서 여성이 압도한다. ‘오디션’ 월매출 30억원선에 이용자당평균매출(ARPU)이 2만8000원에 달하는 것도 여성 주도 게임이 가진 파워를 설명해 주는 대표적 사례다.
시장내 소비 패턴이 이처럼 급격하게 바뀌면서 온라인게임산업 전체 구조가 성숙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양신 제이씨엔터테인먼트 사장은 “10여년전 게임을 처음으로 만들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소비구조가 튼튼해 졌으며, 소비자 인식과 기준도 엄청나게 높아졌다”며 “이제 분위기에 휩쓸려 게임을 무작정 내놓고, 단기 흥행에 승부를 거는 것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르와 소재의 다변화, 품질의 글로벌화, 서비스·운영의 고도화는 이제 ‘시장’이 업계에 요구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돼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기고-진정한 2.0시대를 열자
:위정현 중앙대 교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은 폭 35㎞에 지나지 않은 도버 해협에 막혀 유럽에서 유일하게 영국을 굴복시키지 못했다. 도버 해협에 가로막힌 독일은 공군 원수인 괴링의 지휘 하에 영국 공군을 먼저 괴멸시키고자 매일 같이 폭격기를 출격시켜 공습을 감행했다.
독일이 영국을 굴복시키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영국이 보유하고 있던 레이더의 존재였다. 레이더는 2차 대전 말기에 등장한 최신 무기로 독일군은 영국이 이 최신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독일의 첩보부대는 해변가에 배치된 레이더 시설을 단순한 산업 시설로 여겨 폭격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독일 공군이 도버 해협을 건너오는데 3분이 걸렸고, 레이더 기지에서 연락을 받은 영국 전투기가 출격하는데 3분이 걸렸으니 기습공격의 의미는 이미 사라진 셈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은 기존의 경쟁 구도와 국가 간, 기업 간의 경쟁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기도 한다. 지금 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도 레이더를 무시한 독일 공군과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이 등장한 1990년대 후반과 지금은 너무나 많은 조건들이 달라져 있다. 당시는 한국이 유일하게 온라인게임의 산업화에 성공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조차 온라인게임 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당시의 국내시장은 성장기로 전체 파이가 커지는 상황속에서 신규 게임을 출시해도 성공할 확률이 높았으나, 지금은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규 게임의 성공 확률은 지극히 낮다.
또 그 당시는 국내 시장에만 집중해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준비하면 되었으나 지금은 게임 개발에서 퍼블리싱과 운용,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게임과 경쟁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해 게임사용자의 시간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도 당시와 다른 새로운 조건이다. 이미 온라인게임의 독점적 유저 장악력은 무너진 지 오래이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이 필요하다. 한국의 온라인게임 산업은 정액제와 아이템 판매와 같은 부분유료화 모델을 성공적으로 창출한 후 더 이상의 추가적인 수익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임 내 광고나 가상 부동산의 분양과 같은 새로운 모델은 오히려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먼저 모델이 등장하고 한국이 이를 도입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콘텐츠 플렛폼이 아닌 ‘순수한’ 게임으로 보는 관점은 이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을 방해하고 있다.
둘째, 온라인게임은 기존의 산업과 결합되어 새로운 질적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가상사회서비스인 세컨드라이프는 제조업체에서 방송국, 정치, 정부,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온라인 비즈니스와의 접점을 제공해 주었다. 세컨드라이프 등장 이전까지 현실 기업은 온라인게임이나 커뮤니티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들 기업들은 광고나 제휴 마케팅의 형태로 온라인 게임과 접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이런 통로를 통해 향후 다양한 기업은 마케팅에서 신제품 테스트, 정치 캠페인의 도구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온라인게임의 활용을 모색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게임의 진화에 유저가 참여하는 UCC형 게임은 중요한 흐름을 형성할 것이다.
셋째, 경영과 조직의 혁신이다. 현재 한국의 온라인게임사는 ‘이노베이터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노베이터의 딜레마는 초기의 혁신기업이 보수적으로 변해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현상을 말한다. 산업의 경쟁 환경이 달라지고, 게임간의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진 지금, 더구나 온라인게임이 단순히 게임을 넘어 다양한 비즈니스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현재, 새로운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전략과 조직,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관점을 가진 경영자가 필요하다. 이제 한국의 게임사는 근본적인 혁신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수세적인 경영으로 쇠락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jhwi@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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