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상장사인 IT서비스업체 트라이콤은 최근 ‘일본 도깨비여행’으로 유명한 장외기업 여행박사를 인수했다. 트라이콤은 인수합병(M&A) 후에도 기존 IT사업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여행박사 역시 트라이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효과를 거두는 한편 기존 임직원들이 여행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코스닥에서 IT업체와 비IT업체가 만나 한 울타리에서 기존 사업을 지속하는 ‘한지붕 두가족’ 생활이 유행이다. 피인수업체의 사업이 일방적으로 정리되던 과거 우회상장용 M&A와 달리 두 회사가 기존 사업을 각기 영위하면서 시너지효과를 꾀하는 것이다.
◇한지붕 두가족 봇물=지난해 말 비상장사인 베어엔터테인먼트가 우회상장을 위해 경영권을 인수한 반도체·LCD장비업체 넥스트인스트루먼트. 이후 지난 7월 엔씨비네트웍스로 이름이 바뀌고 유전개발사 코람자원을 추가 인수하면서 자원개발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했다. 그러나 옛 넥스트인스트루먼트 출신 임원진이 IT사업을 총괄하는 형태로 반도체·LCD장비사업도 유지했다.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용 반도체업체 에이로직스도 법무법인 대륙의 김대희 대표변호사에게 인수된 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지난 5월 지역난방업체를 추가로 인수해 유틸리티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기존 경영진은 IT사업을 이어가는 형태다.
이밖에 디스플레이업체 우성넥스티어도 지난해 말 지배구조 개편 이후 IT사업과 비IT사업이 공존하고 있다. 지난 6월 휴리프로 사명이 바뀐 뒤 디스플레이사업을 신규 수요가 기대되는 전자칠판쪽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풍력에너지사업에 새로이 착수했다.
◇시너지효과 있을까=‘한지붕 두가족’ 생활을 하는 기업 측은 신규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면서 이종 사업간 결합을 통해 제3의 신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라이콤의 이강진 사장은 “두 회사가 공존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열어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여행업을 더해 콘텐츠사업을 강화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리프 측도 “IT사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신규 사업을 추진, 향후 10년을 대비할 수 있는 성장엔진을 갖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종업체간 기이한 동거에 대해 실제 효과가 있겠냐고 반문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비IT업체에 인수된 IT업체 A사의 모 임원은 “(기존 IT사업과 신규 비IT사업간에) 일으킬 수 있는 시너지효과는 없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IT사업이 매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정의석 투자분석부서장은 “IT사업은 경쟁이 치열해 뚜렷한 경영계획 없이 이어가기 쉽지 않다”며 “과거 많은 기업이 IT사업을 간판으로 내걸고 신규사업 진출 재료로 ‘머니게임’을 일삼았던만큼 기대효과는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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