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국 LG전자 사장(55)은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 경영인이다. 미국 HP에서 3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 지난 1983년 LG반도체로 영입돼 귀국했다. 이후 16년 동안 공장장을 역임했고 연구개발본부장과 LG전자연구소 총괄부사장(2000년)을 거쳐 현재는 LG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그는 사내에서 시간을 금과 같이 소중히 여기는 경영자로 정평이 나있다. 본인 스스로 일정을 확인하고 10분, 15분도 쪼개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맡고 있는 업무는 양도 엄청나지만 시간을 다투는 급박한 것들이 많다. 그의 결정을 기다리는, 회사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수많은 결재와 보고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그가 있기 까지는 대학을 진학한 이후로 한눈 팔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묵묵히 과학기술인의 길을 걸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평가다.
LG반도체 근무 당시 D램 및 주문형반도체(ASIC)사업에서 메모리반도체분야의 연구개발(R&D) 파이오니어로서의 역할을 했다. 1985년에는 1M ROM 기술개발 공로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CMOS 16M, 64M, 256M DRAM을 잇따라 개발하여 우리나라가 현재의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초석을 다졌다.
1999년 LG전자로 옮긴 후 소자재료, 디스플레이, 디지털TV에 대한 기초기술 및 연구개발을 이끌었고 2002년에는 ‘기술표준화’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다시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2005년 CTO로 승진한 이후 연구개발, 특허, 기술 도입, 기술 수출, 디자인 등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컨버전스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하여 혁신적 제품 개발을 통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이익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오랫동안 R&D 분야에서 일해온 경험을 토대로 그는 국내외 기술 흐름을 읽고 파악해 중요한 시기마다 맥을 짚어내기로 유명하다. 그의 역할은 본인 회사의 기술 개발 방향을 결정하고, 예산을 적절히 분배하며 연구원들이 더욱 훌륭한 기술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이런 임무를 통해 그는 ‘R&D를 깊이 이해하는 경영자’이라는 새로운 경영자 역학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역할모델은 사내에만 그치지 않고, 국가나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게 또한 그의 지론이다. 2001년부터 맡아온 나노산업기술연구조합 이사장 역할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노산업기술연구조합은 매년 ‘나노 코리아’라는 행사를 통해 한국 나노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꾀해오고 있다. 그가 ‘나노기술의 전도사’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과학기술계의 폭넓은 의견 수렴의 장이 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국가정책 방향과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경제는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학 발전이 절실하다”고 강조하는 이희국 사장. 그는 최근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선정한 청소년에 귀감이 될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 10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인생모토
-집안 100년 가훈인 ‘효우돈목 청신근검(孝友敦睦 淸愼勤儉)’.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집안의 화목을 가꾼다. 마음을 맑게 지니고 신중하며 근면하고 검소하게 산다는 뜻.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
-다산 정약용. 18년의 유배지에서 500여 권의 뛰어난 책을 저술했고, 학문이 개념에 흐르지 않고 실생활과 경제에 응용이 되도록 한 위대한 실학자.
▲이공계에 한마디
-이공계 기피에 대한 문제는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 역량이 있는 이공계 전공자는 나이에 관계없이,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개발과 경제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나라 이공계 분야의 리더들이 꼭 이루어야 할 과제다. 이는 선진 한국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주요이력
△74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80년 스탠포드대 전자공학 박사 △2004년 서울대 경영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85년 철탑산업훈장 △2002년 은탑산업훈장 △2001-2004 LG전자기술원장 △2003년 (현) LG전자 사장 △나노산업기술연구조합 이사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CTO 클럽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한국화학재단 이사·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단 이사 역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2007 올해의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기술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