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고성능 슈퍼컴퓨팅 전문가 500여명이 첨단 사이버 R&D 공동체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공공기술연구회가 주최하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e사이언스포럼코리아·OGF-KR·한국슈퍼컴퓨팅센터협의회·전자신문사가 주관하는 ‘제9회 HPC 아시아 2007 콘퍼런스 및 전시회’가 오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된다.
‘HPC 아시아’는 1년 6개월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각국 전문가가 모여 첨단 고성능 컴퓨팅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국제 콘퍼런스다. 미국서 열리는 슈퍼컴퓨팅콘퍼런스(SC)와 유럽서 열리는 국제슈퍼컴퓨팅콘퍼런스(ISC)와 함께 세계 슈퍼컴퓨팅 분야 3대 학술행사 가운데 하나다. 지난 1995년 대만 개최를 시작으로 1997년 제2회 행사가 한국에서 개최됐으며 이번 행사가 한국서는 두 번째다.
이 행사의 대회장은 오명 건국대 총장(전 과학기술부총리)이 맡아 전 세계 20개국 500여명의 학자·교수·엔지니어·컴퓨터업계 종사자를 초청했다. 행사 참가자 중에는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해 임지순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사토시 마츠오카 동경공업대 교수·한스 모이어 만하임대 교수 등 스타급 과학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
‘HPC 아시아’는 미국과 유럽에서 열리는 SC·ISC와는 차별화된 접근을 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터의 ‘제조’ 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한 그리드(Grid) 기술 개발과 e사이언스 연구 환경 구축 등 고성능 컴퓨팅의 ‘활용’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다.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다국간 사이버 협업 연구 시스템 구축이다.
특히 ‘정보 고속도로에서의 고성능 컴퓨팅(High Performance Computing on Information Superhighway)’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이 행사에서는 그리드 기술과 e사이언스 환경 구축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첨단 R&D 공동체 구축 방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쓰나미 등 자연 재해나 사스·조류독감 등 전염성 질환 그리고 천문·항공우주·고에너지물리 등 다국간 협업의 필요성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공동체 구축을 추진한다.
초청 강연자로는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피터 아츠버거 박사와 김춘호 건국대학교 부총장이 기조연설, 션 한센 마이크로소프트 서버 총괄담당, 앤디 벡톨샤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수석부사장, 요시유키 카와조에 일본 도호쿠대 교수, 마니쉬 쿱타 IBM인디아 최고기술경영자, 그렉 콜 미국 오크릿지국립연구소 박사 등 총 9명이 나설 예정이다.
또 아시아·태평양 각국에서 투고한 고성능 컴퓨팅·계산과학 및 공학 응용·e사이언스·그리드 컴퓨팅·초고속 연구망 등과 관련한 논문 29편이 발표된다.
이번 행사 기간 중에는 ICCSE(International Conference for Computational Science and Engineering)·e사이언스포럼 코리아·OGF-KR·고에너지물리 워크숍·전자구조 워크숍·계산생물학 워크숍·네트워크 워크숍 등 자매 워크숍도 함께 열린다.
김중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장은 “이번 행사는 국내 고성능 컴퓨팅 기술이 세계적으로 진일보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 행사를 통해 아·태 지역 첨단 R&D 공동체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R&D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을 만들어 한국이 고성능 컴퓨팅 연구에서 아시아를 선도하는 계기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용어해설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란 벡터형 슈퍼컴퓨터·초병렬 컴퓨터·SMP 컴퓨터·클러스터 컴퓨터 등을 총칭하는 말이다. HPC는 하드웨어 개발이나 고성능 컴퓨터를 쉽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 해주는 병렬 처리 기술, 대규모 응용 프로그램의 개발과 처리 기술 등을 포함한 ‘고성능 컴퓨팅’을
의미한다.
◆기고-‘HPC 아시아’에 거는 기대
:양병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테러’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나라가 미국이다. 그러한 미국이 테러 예방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 연구개발사업으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분야가 다름 아닌 슈퍼컴퓨팅이다.
미국은 슈퍼컴퓨팅의 개념조차 익숙지 않던 지난 1991년부터 고성능컴퓨터법(High Performance Computing Act)을 제정해 슈퍼컴퓨팅에 최우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재미 있는 사례가 하나 있다. 매년 6월 유럽에서 열리는 국제슈퍼컴퓨팅컨퍼런스(ISC)와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슈퍼컴퓨팅 컨퍼런스(SC)에서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의 성능에 대해 1위에서 500위까지 매번 새롭게 순위를 매긴다. 그런데 단 한 번도 1위를 내준 적 없던 미국이 2002년 6월 일본에 1위 자리를 빼앗긴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컴퓨터 전문가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이 사건을 1957년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던 사건에 빗대어 컴퓨트니크(Computenik)라고 부르고 있다.
슈퍼컴퓨팅에 대한 국가적 집중은 비단 미국 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프랑스·영국 등 대부분의 과학기술 선진국은 슈퍼컴퓨팅을 과학기술 최우선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왜 이토록 슈퍼컴퓨팅을 중요시하는 것일까? 그것은 슈퍼컴퓨터가 첨단 과학과 공학분야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도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전적인 이론이나 실험 방법으로 해결하기 힘들거나 너무 위험한 문제 그리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슈퍼컴퓨터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도 오는 9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HPC 아시아 콘퍼런스 2007’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참가국은 각종 슈퍼컴퓨팅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된다. 슈퍼컴퓨터 제조 기술보다는 이를 기반으로 한 응용이 주된 의제인 HPC 아시아 콘퍼런스의 특성 상 ‘아시아 첨단 사이버 R&D 공동체 구축’도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를 통해 국내의 연구자가 아시아 슈퍼컴퓨팅 R&D 공동체를 앞장서 이끌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첨단 과학기술 개발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응용 연구에 슈퍼컴퓨팅의 활용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btyang@kisti.re.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초청 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