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끼가 많았고 비틀즈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가수로서의 꿈을 위해 ‘개꿈’으로 가요계에 문을 두드렸다. 인기도 좋았다. 하지만 가요계를 떠난 지금은 어엿한 인터넷 웨딩사업가다. 끊어지는 말투. 조리있는 경영설명. 이제는 연예인이라기 보다 최고경영책임자(CEO)로서의 무게가 더욱 느껴진다. 이마를 살짝 가리며 쓸어넘긴 머리칼은 그의 노랫말대로 담백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세계 최초로 결혼문화를 IT와의 컨버전스를 통해 웨딩서비스를 하고 있는 아이웨딩네트웍스 CEO. 커다란 키에 걸걸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톱스타 채시라의 남편 김태욱 사장의 얘기다.
◇시련이 사업가의 뚝심으로=중학교 때부터 그룹사운드만 했다. 공부는 좋아하지 않았고 끼만 많았다. 그다지 모범생도 아니였다. 우연히 비틀즈 노래를 듣고 앨범 5장을 내놓았지만 98년도 언어구사의 부자연스러움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 어머니가 위암에 걸리면서 삶은 더욱 큰 혼란으로 이어졌다. 스튜디오도 경영해봤지만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시련기였다. 하지만 사업 기질을 미리 알고 있었던 가까운 친구들이 웨딩사업을 권유하면서 사업가로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국내는 벤처 열풍이 한창이었다. 다양한 사업 형태 중에 시장도 크고, 위험성 없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생각해 낸 것이 ‘유통’이었다. 농수산물 시장에도 유통이 있는데 왜 결혼분야에는 유통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장성은 크지만 아직 활성화 되지 못한 웨딩서비스를 시작했다. “고무줄 시장인 결혼준비 유통시장에 좀더 체계적이고 질 좋은 고품격 웨딩 서비스로 반드시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갖고 시작했다.
하지만 웨딩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겠다며 뛰어든 14조원대의 결혼 시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주위에선 “연예인이 무슨 사업이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믿음과 서비스로 다가가니까 삼성그룹, 금호아시아나, 한국은행 등 수 많은 대기업들이 임직원 결혼식을 맡기기 시작했죠.”
사업 시작 후 2004년까지 무척이나 힘들었다. 하지만 경영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직원들 급여를 한 번도 미룬적이 없다. 초창기에는 수익보다 급여지출이 많아 사채를 빌려서 지급하기도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50여명의 직원들의 김 사장을 믿고 따라줬다. 이제 발전만 남은 아이웨딩네트웍스를 만든 것은 ‘나를 믿어 줬던 직원들’이라는 김 사장의 말 속에는 맏형같은 다정함이 묻어난다.
◇내조의 힘=연예계 잉꼬부부로 소문난 김태욱·채시라 부부가 11월에 토끼 같은 둘째아이를 본다.
“건강이 제일 걱정이예요. 마시고 싶어 마시는 술이 아니지만 좀 더 몸을 챙겨가며 사람들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CEO 김태욱의 뒤에서 묵묵히 뒤를 지켜봐 주는 아내 채시라는 톱스타 연예인이라기보다 그냥 평범한 아내의 모습으로 다가서 있었다.
특히 김 사장이 초창기 사업을 시작할 때 사업이 잘 풀리지 않고 어려움이 컸는데도 채시라씨는 불안한 기색을 보이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잘 할 수 있을거야’라는 믿음으로 아내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마침 오늘이 제 생일이라서 장모님이 홍삼을 해 주시더라고요. 아내와 장모가 아니면 제 건강은 누가책임지죠?”라며 너스레를 떤 김 사장은 “방송을 하면서 주부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가장 고맙다”고 애정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대구 사람과 결혼해 이제 경상도사람이 즐기는 짠맛 매운맛까지 이해하게 됐다는 채시라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 좋은 식단 등 향상 ‘건강 더듬이’를 열고 있다”며 말했다.
채시라는 1998년부터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초대 홍보대사로 활동해 왔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각종 행사에 앞장서고 연말이면 거리 곳곳에서 열리는 모금행사를 독려하는 등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내의 영향인 듯 김 사장도 경제적 문제로 인해 결혼식을 못 올리고 있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결혼식을 올려주는 행사를 준비중에 있다. 특히, 김을동씨가 중국에서 하고 있는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에서 중국 동포들이 아무 부담없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고 물질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무리하지 않는다=“서두르지 않겠습니다.” 김 사장은 최근 미국의 유명한 창업투자사에서 달콤한 제안을 받았지만 검토만 하고 있다며 무리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앞으로 전국에 아이웨딩네트웍스의 간판을 내 걸 계획이다. 실제 지방에 있는 웨딩 업체들이 아이웨딩에 가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김 사장은 “서울은 결혼식장과 사진, 예물 등 예식 관련업체가 많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지방은 서울과 달리 결혼서비스가 많지 않아 아이웨딩과 같이 IT와 결합된 웨딩서비스를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편리하고 경제적이고 안정적이게 결혼준비를 원하는 예비부부에게 큰 만족을 주고 싶다는 김 사장은 전국서비스에 올해의 경영목표로 세웠다.
아이웨딩 브랜드를 널리 알리겠다는 그는 “IT웨딩 서비스가 전국화 되면 중국이나 일본 결혼시장 진출에 큰 무리가 없다”며 소탐대실 하지않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가야 할 길은 무리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김 사장의 억양에서 힘이 느껴졌다.
김동석기자@전자신문,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