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약속대로 해외 선진업체들에게만 제공해 오던 기술로드맵을 국내 중소 협력사들에게도 마침내 공개했다.
하이닉스반도체(대표 김종갑 www.hynix.co.kr)는 지난 5일 이천 본사에서 ‘대·중소 상생협력 하이닉스 기술 로드맵 공유회’라는 이름으로 기술로드맵 공개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기술로드맵 공개는 국내 장비·재료 협력사들이 해외 경쟁사와의 기술격차를 크게 축소할 수 있는 기폭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협력사들은 이를 반기면서도 하이닉스가 삼성 반도체 협력사들에게도 시장을 개방키로 한만큼 어떤 또다른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하이닉스는 30여년간 핵심기술을 의존해온 해외 선진장비업체들에게만 기술로드맵을 공개해오던 관행을 깨고 상생을 위해 국내 협력사들에게도 미리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지난 7월 천명했었다. 본지 2007년 7월 3일 2면 참조
◇무엇이 공개됐나=이날 행사에는 하이닉스 박성욱 연구소장(부사장)을 비롯한 연구·기술·구매 담당 임직원들과, 하이닉스반도체의 장비·재료·설비 부문 협력업체 30여 곳의 대표 및 최고 기술 담당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하이닉스는 이날 차세대 반도체 발전 방향과 차세대메모리·D램·낸드플래시 향후 개발 계획 등을 소개했다. 특히 하이닉스는 이 자리에서 차세대 제품 개발에 요구되는 기술 및 재료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 부사장은 “공개한 내부 기술로드맵에는 국내외 경쟁사로 넘어갈 경우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부분까지 포함돼 있다”며 “경쟁사로 관련 내용이 흘러들어가는 것은 각오를 했으며, 이를 통해 반도체업계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를 소자·장비·재료업체들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공정 장비업계 한 CEO는 “공개된 로드맵 가운데는 기술 변화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다”며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모두 기술로드맵을 공유해 준다면 국내 장비업계의 차세대 장비 개발 역량도 해외 선진 장비업체들에 못지 않은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이 달라지나=가장 큰 변화는 국내 중소협력사들도 해외 선진업체들과 거의 같은 시점에 소자업체의 차세대 계획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통상 차세대 반도체장비는 소자업체들의 개발 계획을 숙지한 후 2년 이상은 준비해야 경쟁력있는 장비를 개발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국내 장비업계는 선진 장비업체에 비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적어 카피하며 쫓아가기에 바빴으나 로드맵 공개로 세계 최초의 신개념 장비가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닉스로서도 개발 방향을 국내 협력사 전반에 공개함으로써 관련 장비·재료를 개발하는 중소기업 층이 두터워져, 궁극적으로 자사 로드맵 상에서 필요한 기술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박성욱 사장은 “첫 행사라서 포괄적인 형태로 진행됐으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장비·재료를 별도 섹션으로 진행하거나 장비 가운데서도 전공정·후공정을 나눠서 진행하는 등 보다 전문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