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위성-케이블이 경쟁하던 미디어 시장에 IPTV가 도전장을 던지면서 빅뱅을 예고했다. 수십년간 지상파가 독점하던 시장에 케이블과 위성방송이 등장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그야말로 군웅할거 시대가 열렸다. 더욱이 포털이라는 거대한 외부세력에 TV시청자를 빼앗기기 시작하면서 미디어시장은 혼돈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많는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했지만 시장 파이는 그대로여서 업계는 고민스럽다. 게다가 플랫폼을 차별화할 수 있는 콘텐츠의 제작 등 수급상황도 여의치 않다.
결국 플랫폼은 다르지만 콘텐츠는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플랫폼간의 가격 경쟁만 치열해지는 레드오션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격경쟁 대신 서비스 경쟁이라는 블루오션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디지털전환에 총력=지상파TV는 난시청 지역 해소를 위해 케이블TV에 의존하면서 스스로 발등을 찍은 꼴이 됐다. 지상파 방송이 공중파를 포기하고 케이블망을 통하다보니 지상파는 수십개의 케이블채널 가운데 하나로 전락했다. 한마디로 지상파TV는 더 이상 지배적인 미디어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2000년을 전후해 케이블TV의 시청 점유율이 지상파를 앞질렀다.
지상파는 이제 무너져가는 제국의 재건을 노리고 있다. 바로 디지털전환이다. 지상파TV방송사업자는 2012년 12월 31일 이전에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방송을 동시에 송출하고 있는 지상파TV는 2013년부터는 디지털방송만 송출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유료방송에 의존했던 네트워크도 되찾는 노력도 시작했다.
위기감은 높지만 지상파는 콘텐츠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한다면 미디어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 다매체 환경의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60% 내외의 점유율을 보이는 원인중 하나는 높은 콘텐츠 경쟁력이다. 지상파 방송은 오랫동안 우수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융합서비스에 올인=케이블업계도 디지털전환은 발등의 불이다. 업계는 디지털전환을 통해 지나치게 낮은 가입자당매출(ARPU)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케이블의 장점인 양방향성을 이용한 융합서비스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닥시스3.0기술을 도입해 통신망에 버금가는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속도를 보장하는 한편 케이블을 통한 IPTV서비스제공도 검토하고 있다. 또 인터넷전화 서비스도 제공해 통신업계와 본격적인 일전에 대비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자립기반 마련 시급=지상파와 케이블에 비해 위성방송의 위기감은 더 크다. 위성방송과 위성DMB는 자립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와 위성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는 아직까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방송은 케이블에 비해 양방향성이 떨어지고 콘텐츠의 경쟁력도 아직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모든 서비스가 디지털로 타 플랫폼에 비해 화질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내세워 위기를 극복해 나갈 계획이다. 티유미디어도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즐길 수 있다는 모바일TV의 장점을 내세워 기존 방송이 커버하지 못했던 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